퇴사를 하고는 자연과 자본주의의 경계에서 살고 싶었는데, 나의 희망조건은 이런 것들이었다.
1. 산이나 바다가 가깝고 주변에 나무가 많을 것
2. 집이 단층이고 문을 열고 나왔을 때 눈앞에 건물이 없을 것
3.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적당한 마트와 알바거리가 있을 것
4. 관리비 포함 월세 50만 원 이하, 10평 이상 (= 한 달 생활비 약 100만 원)
5. 지하수 대신 수돗물이 나오고 인터넷이 적당히 빠를 것
한 주에 속초만 두 번 다녀올 정도로 전국을 열심히 뒤지다가 결국 양평읍에서 마음에 쏙 드는 곳을 발견하고 일단 월세를 계약했다.
겉은 좀 없어보여도 안은 꽤나 근사하다
당분간은 마트 진열알바 같은 가벼운 일만 하려 했는데, 정말 우연찮은 기회로 막걸리 양조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생소한 분야라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해볼까 싶어 막상 시작해 보니 사장님도 너무 좋으시고 무엇보다 일이 너무 재밌다. 효율성, 최적화를 외치는 회사생활과 너무 대조되는 일이라서 그런가?
그나저나 평소에 술을 거의 안 하지만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게 막걸리와 위스키인데 인연이 참 신기하다.
(좌) 탁주 발효조, (우) 술 담그는 데 사용할 쌀을 식히는 중
이사를 하고는 조금은 심심하고 단순한 삶이 시작되었는데 아직까진 퍽 마음에 든다. 많은 것들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느낌이랄까. 이런 삶이 계속 마음에 든다면 눌러앉게 될지도 모르겠다 ㅎㅎ
도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다른 종류의 풍요로움. 친구들도 비슷했는지 꽤나 많이들 찾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