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텔에서 5년만 사는 인생

멜버른 여행기

by 고슬윤

나는 첫 여행을 호스텔에서 시작했다.

1시 56분. 처음보는 문을 열며 숙소의 첫인상이 결정되었다. 한국의 골목 구석에 있는 작은 빌라의 인상. 반 층을 올라가면 보이는 Ground 층 그리고 5층짜리 빌라에 죽 늘어선 호실들. 새벽에 10kg를 이고지고 걸은 나는 2층에 가려 엘리베이터에 탔다. 201호에 키를 꽂아넣고 조심스럽게 들어가자 2개의 방이 있는 작은 공간이 보인다. 경유까지 포함해 총 31시간 만에 제대로 발 뻗고 자는 시간. 나는 어둠속에 짐을 대충 나두고, 깨끗하게 씻고 일찍 잠들었다.


여행의 경험은 사람이 결정짓는다.

방마다는 2층 침대가 하나씩 있고, 책상과 옷장이 구석마다 자리하고 있다. 나의 룸메이트는 꽌이라고 부르는 태국 사람이었는데, 자기소개부터 시작해서 호주에서 가면 좋을 공간들을 나에게 소개해주기 시작했다. 꽌은 어설픈 영어로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며 대화를 주도해갔다.

꽌, 서른이 넘어 워킹홀리데이를 와 워홀 비자에서 학생 비자로 바꾸고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여전히 태국 출판사로부터 꾸준히 번역 일을 받아서 했으며 유치원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내가 묵고 있는 호스텔의 관리자 역할을 하면서 에어비앤비 일을 돕기도 했다. 꽌의 웃음 소리는 모두를 즐겁게 했고, 참을성 있으며 침착하게 일을 처리했다.

왓츠앱으로 장소를 매일 추천해줬다.


꽌에게는 5년의 계획이 있다.

나의 단골 질문, 꿈이 뭔가요? 내가 꿈이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정된 직업 혹은 행복한 가정, 허황된 바람 등을 말하곤 했다. 꿈이라는 게 없는 사람으로서 이조차도 부러운 입장이다. 꽌은 부드러우며 열정적인 사람이었으므로 어떠한 꿈이 있을까 궁금했다.

나의 질문을 들은 꽌은 조금 고민하더니 말했다. 꿈은 없지만 5년 동안의 계획은 있다고. 대략적으로 말을 옮기자면 지금 하고있는 일을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하고, 동시에 항상 기회를 탐색해보고 잡을 것이라고 했다. 꽌은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다가오는 기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

사실 꿈이라는 것은 꽤나 두루뭉실하다. 언제 이루어질지도 모르고, 이루고 난 뒤에는 또 어떤 꿈을 꾸어야할지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꿈으로 두고, 어떻게 이루어야할지 막막하게 느껴졌나보다. 계획은 다르다. 현재와 근미래를 차근차근 쌓아올린다면 무엇을 이룰 수 없으리.

막연히 열정적으로 원하는 꿈을 가지고, 누구보다 노력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묵묵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겠다. 단단하게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나의 삐걱거리는 이층 침대의 윗층 주인으로부터 얻어간다.



꽌에게 감사를 전하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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