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넌의 "Beautiful Boy"라는 곡은 언제 들어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그중에서도 "Life is what happens to you while you're busy making other plans"라는 구절은 언제나 나를 사로잡는다.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이 진리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확인된다. 우리는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설정하며 그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삶은 종종 우리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혀 다른 길로 우리를 이끈다.
9월 18일, 우리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다.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해 왔지만, 너무나 갑작스럽게 맞이하니 감격스럽고 벅찬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날은 어느 평범한 월요일과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 평소처럼 정기검진을 받으러 병원으로 차를 몰고 갔다. 병원에 도착해 선생님을 만나 이런저런 주말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진찰을 받는데, 갑자기 선생님께서 혈압이 높아져 오늘 안에 분만을 해야 한다고 하시는 게 아닌가. 몇 번이나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기다리고 있었던 순간이었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함께 있어야 할 남편은 아직 상하이에 있었고 돌아오려면 일주일이나 남아 있었다.
나는 혼자서 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도와줄 친구도, 친정도 곁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할 일을 머릿속으로 차례차례 정리했다. 의사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차를 집에 주차하고 짐을 챙겨 택시를 타며 남편과 시댁 식구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그렇게 나는 아이를 만나러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의사 선생님께서는 혈압이 아직 괜찮으니 유도분만을 시도해 보자고 하셨다. 나도 자연 분만을 원했기에 유도분만제를 맞고 몇 시간 동안 천천히 통증이 시작되었다. 몇 번의 혈압 확인 후 갑작스러운 혈압 상승으로 결국 제왕절개를 준비하게 되었다. 새벽이라 미국에 계시는 친정부모님께는 전화를 드리지 못하고 카톡으로 상황을 보고했고, 남편은 갑작스러운 출산 소식에 평소보다 두 배나 비싼 비행기 표를 구해 대구가 아닌 인천으로 도착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간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우리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인생은 우리의 계획을 비웃으며 그 자체로 우리에게 찾아온다. 그리고 그 순간, 비록 혼란스럽고 두려웠지만, 그 모든 것은 아이의 첫 울음소리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나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