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여섯 시
왠지 모르게 옆구리가 시려오는 시간이에요
방충망 위로 노을에 젖은 구름들이 걸려오면 베란다에 나가 창문을 두드려봐요 색소 시럽을 한 방울 떨어뜨렸을 때처럼 순식간에 붉음이 번지는 창 바깥으로 키스하는 연인들이 거리를 지나가고 야구복을 입은 아이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미친 듯이 웃고 떠들며 서로 공을 주고 받고 있어요 트랙의 바깥으로 여러 명의 그림자들이 밀려 나가는지도 모르는지 나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사람들의 그림자를 꾹꾹 눌러봤어요 개기름이 잔뜩 묻은 지문 자국들이 피어난 세상 일그러진 풍경만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형체도 없이 무너졌어요 하지만 왼쪽 모서리의 세상만큼은 살아남은 듯 했어요 나는 더 놀고 싶은 마음에 계속해서 그 풍경을 바라봤어요 확 트인 옥탑방 위로 옷가지들이 죄다 모가지가 걸린 채 흩날리고 있었는데
쓸데없이 목이 말라오는 게 아니겠어요
결국 나는 그만 갈증을 참지 못하고 냉장고에서 분홍 에이드를 꺼내 마셨어요 유리컵 속 탄산들이 가장자리부터 사라지네요 한 모금 넘길수록 따가워지는 빈 유리컵의 안쪽에는 딱딱한 설탕 자국이 무너진 채로 굳어있는데
왜 저게 죽어버린 사람의 모습처럼 보이는 걸까요
여전히 목이 마른 상태로 다시 창 앞으로 돌아오니
문득, 방충망에 걸려 갇혀버린
내 얼굴만이 점점 무너지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