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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창인J Mar 31. 2024

비문증

 교정 수술을 받은 다음 날부터

 한 마리의 날파리가 꼬이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초점을 되찾고 싶어 안과에 갔다 의사는 십 분이면 세상이 선명해질 거라고 했다 절대로 눈을 껌뻑이지 마세요 수술대 위로 레이저 빛이 번쩍거렸다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아버렸다 선생님 저는 죽어도 껌벅거리는 습관을 버릴 수 없을 것 같아요 가슴팍에서 토끼 인형을 끌어안으며 의사는 내 말을 무시한 채 기계로 눈을 고정시켰다 중앙에 있는 점만을 쳐다보세요 시야 속 검은 날개만이 더 선명해졌다   

  

  밤이 되면 자주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마다 나는 일부러 형광등을 켜놓았다 천장에 붙인 수십 개의 야광 별들이 더 오래 빛날 수 있었으면 했다 


 선생님 ,모서리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요 

 불이 꺼진 방에서 보이지 않는 의사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울먹거렸다 반쯤 빛을 잃어버린 야광별들 사이로 검은 날개가 보였다 날갯짓하는 소리를 따라 손바닥을 움직여봤다 몇 번이고 허공을 휘저어봤다 날갯짓 소리는 계속해서 사라지지 않았다     


 백내장이 걸린 우리 집 강아지 초코는 새벽마다 왈왈 짖어댔다 시꺼먼 어둠 속 희뿌연 눈으로 현관 쪽을 노려보며 잘도 코를 킁킁거렸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무언가를 쫓고 있었다 그 시선 끝에 검은 날개가 있었다 내가 있었다      


 나도 초코를 따라 허공에 코를 킁킁거려보았다


 껌뻑, 완전히 고장난 현관등이 나를 인식하지 못하는 듯 꺼졌다가 다시 켜지길 반복했다 그 순간마다 수백 마리의 날파리떼를 목격했다 왠지 모르게 뱃속이 꿈틀거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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