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 뱀을 잡아먹는 걸 목격한 적이 있다
누군가 새벽마다 티비를 틀어놓곤 했다 무언가 꿈틀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속에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있었다 스스로 온몸을 휘감은 채 죽어버린 뱀의 이빨이 꽂힌, 꼬리의 비늘이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 날밤 나는 꿈속에서 이빨에 찍혀 뱀에게 잡아먹히는 꿈을 꿨다 그 이후로 종종 발뒤꿈치가 서늘했다
만약 바다를 가게 된다면
엄마, 나는 꼭 샌들을 챙겨 신을래
술을 퍼마신 밤이면 죽은 엄마를 떠올리곤 했다. 그녀는 자주 바닷가 근처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밀리고 밀려 끝까지 떠밀어진 파도를 바라보며 살고 싶다고 했다 그때마다 나는 한 번도 가지 못한 바다의 풍경을 상상했다 그곳에 있을 엄마와 나를 상상했다 삼선 슬리퍼와 새하얀 샌들을 신은 채 바닷물 속을 하염없이 헤집고 다니는 우리를 상상했다 물속에서조차 발뒤꿈치를 내어주지 않는 그 단단한 힘을 감각했다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이 불어터져버린 우리의 발목은 점점 휘어져 가고 있었다
엄마, 이제 그만 나도 바다 근처에서 살아보고 싶어
얼굴을 완전히 감쌀 때까지 이불을 덮고 자면 숨을 쉬는 법을 잊어버릴 수 있었다 오늘은 제발 죽어버렸으면 하고 울며 잠에 들어도 잘만 일어났다 억지로 퉁퉁 부은 눈을 열어본 아침 열린 창문 사이로 갈라진 햇빛이 은빛 비늘처럼 돋아있었다 뒤틀려서 더 아름답게 보였다 그 밑에 있다보면 내 발뒤꿈치에서도 비늘이 자라날 수 있을까 미친 듯이 빛 속으로 뛰어들었다
나는 또 다른,
뱀을 잡아먹는 뱀을 목격할 수 있었다
*우로보로스: 환상 동물의 일종. 자기 꼬리를 입에 문 모습으로 우주를 휘감고 있다는 뱀. 무한을 나타내는 일종의 상징적 존재를 의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