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몰뚜뚜 Apr 12. 2024

[프롤로그] 어느날 갑자기 집 사려고 혼인신고한 날

이러나저러나 많이 잘 먹고 잘사는 중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집을 사겠다는 결심부터 아파트 매매 실행까지 딱 2개월, 이후 6개월간의 전속력 집 꾸미기와 16번의 집들이. 이 기간은 가족과 친구들은 물론 당사자인 우리조차도 예상치 못한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왜 내가 아닌 ‘우리’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이 이야기는 혼자가 아닌 둘이기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어느날 갑자기,
바로 지금이 기회였다.


둘이서 같이 집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진짜 집을 사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이를 위해 당장 둘이 혼인신고를 해야 했고,
이제 우리 집에서 모여 집들이를 하고 싶었고,
그래서 모두 그렇게 했다.



난 우주의 선택을 받아 굉장한 천운과 특별한 기질을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가지고 있는 특출난 조건은 단 하나도 없다. 평범한 초,중,고를 지나 무난한 대학교를 졸업하고 적당한 회사로 취업하여 그 나이대의 평균치 월급을 벌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쯤은 내세울만한 무언가가 나와야 하는데, 애석하게도 그럴듯한 성취는 없다. 나와 혼인신고를 한 상대방 역시 비슷하다. 나보다 좀 더 공부를 잘했고 취업도 잘 했지만, 사회가 박수치며 인정할만한 이슈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 둘은 언제나 열심히 쾌활하게 살아왔고 함께 더 즐거운 날을 만드리라 굳게 다짐했다. 어떠한 풍파를 겪더라도 뭐든 잘 먹고 잘살 것임을 단단히 믿는다. 하지만 구체적인 미래 계획을 세우는 것은 조금 미뤄두었다. 둘이 힘을 합친다면 뭐든 할 수 있겠으나, 당장의 소소한 월급은 우리가 꿈꾸는 거대한 산에 비해 너무나도 작고 보잘것없음이 분명했으니.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일단 모른 척하자!



당장의 웃음을 잃지 않기 위하여 그 산이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채로 일단 외면했다. 산의 형태가 어떠한지, 해발이 어느 정도 인지, 어떤 돌과 나무가 있는지 등 대상을 파악해야 정복할 방법이 생기겠지만 그냥 냅뒀다. 혹시라도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못 하면 어떻게 해? 우선은 각자 캥거루족으로서 최선을 다해 부모님 품속에 있어 보자. 좀 더 시간이 흐르면 나아지겠지. 그렇긴 한데 우리 월급이 올라봤자고 양가 부모님이 집을 사주실 여유까지는 없을 텐데, 대체 어쩌지? 한 발자국만 더해도 체감할 것 같은 웅장한 태산의 기운을 피하기 위해 애써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잠시만 이러고 있자.

좀 더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든 될 테니 말야.




당시의 우린 ‘난 아직 애기여서 몰라’ 하며 어리광을 부리면 꿀밤 한입과 핀잔으로 적당히 넘어갈 법한 만 28세의 사회 초년생이었다. 그래서 1년전 이맘때 쯤에는 지금의 모든 것을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독립과 결혼 특히 내집마련에 대한 키워드가 나올 것 같으면 지그시 눈을 감고 살랑이는 바람을 느끼는 척했다.




~ 모든 것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 알아서 잘 되리라. 조금 있다 알아서 할테니 이 순간을 방해하지 마시오. 말 걸지 마시오. 훠이 훠이 저리 가시오. ~




그랬던 우리가 이렇게 되었다. 그렇다 한들 부동산 전문가도, 인테리어 디자이너도, 파티 플래너도 아닌 우리의 내집마련과 집들이 이야기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 어떠한 것에도 아무런 관련이 없던 평범한 사람들이니 더 진정성이 있지 않을까? 내 또래 친구들에게는 100억 건물주의 말보다 내 얘기가 더 흥미롭다.




와 그게 되는구나!

이럴 수도 있구나!

나도 슬슬 알아봐 볼까?

오 이건 주말에 한번 해볼까?




이 정도면 아주 충분하다. 이미 글을 쓰기도 전에 보았다. 우리가 꽤 그럴듯한 파동을 일으켰고 이 물결이 실제로 주변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는 것을.



“그때 갔을 때 먹은 거 너무 맛있어서 나도 집에서 따라해봤어.”
“그런거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괜찮다고 해서 당근마켓에 올라오자마자 당장 샀어.”
“저번에 너가 말해줘서 나 처음으로 대출 알아봤어. 당장은 안되는데 몇 년 잡고 조건 맞출거야.”
“난 당연히 신혼집은 전세로 하는줄 알았는데, 너 보면서 나도 매매까지 고려할 용기가 생기더라고.”




집들이 음식의 레시피를 받아 직접 만들어보고, 똑같은 가전과 소품을 구매한다. 부동산 공부 시작의 동기가 되고, 더 나아가 같은 부동산 소장님을 소개받아 아파트 매매까지 한다. 우리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간편한 원동력이 되어 스스로 움직이게 했다.



이미 정해진 답이 있고 반드시 이것을 따라야만 한다는 말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사실 싫어한다. 날 위한다는 형태로 내게 비슷한 결의 조언을 주신 분들이 민망할까봐 애둘러 말하려 했지만, 역시 못하겠다. 세상에 정해진 것이 대체 무엇이란 말이냐?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보고 듣는 일들은 매우 좋아한다. 몸소 겪은 솔직한 시행착오와 이를 통한 결과물은 어떠한 형태로든 내게 좋은 연료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를 이렇게 글로 엮었다. 읽는 이에게 살짝이나마 시야 확장이 되었음 싶고, 또 그중에는 하나쯤 따라 할만한 것들이 있기를 바라며.



한 가지 부탁이 있다. 안 될 것 같으니 시도도 해보지 않은 채로 모르는 척 가만히 있지 않았으면 한다.



걱정마시라. 조바심을 자극하여 막무가내로 부동산을 권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부동산은 반드시 리스크를 수반하는 영역이다. 지금보다 더 몰랐던 시절, 무책임한 호객 행위에 휘둘릴 뻔했던 악몽같은 경험이 있다. 모든 선택과 결과에 대한 책임은 우리에게 있으며 어떠한 리스크가 있는지 작은 가능성까지도 가장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집은 물리적 공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실체적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삶의 새로운 막이 열렸다. 우리에게 집이란, 인생의 주인공이 바로 나 자신임을 증명하는 가장 포근한 우주다. 단순히 집을 샀다는 사실을 넘어 주체적인 삶을 창조해가는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다.





preview : 부모님의 큰 도움없이 만 28세 우리가 집을 살 수 있었던 이유  

    국내 및 해외주식에 투자하며 자연스레 재테크에 눈을 떴다.  

    처음부터 서울이 아닌 경기 남부 지역을 목표로 했다.  

    요건을 맞춰 낮은 금리의 정부 정책자금 대출을 활용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