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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몰뚜뚜 Apr 19. 2024

02) 한달 만에 집을 사야 한다.

나 제주도 가야 돼! 빨리! 빨리! 빨리!




"아니 퇴사했다며? 다음 주에 한달동안 제주도 간다며? 근데 그 사이에 집을 샀다고? 아 잠깐만, 뭐라고? 혼인 신고? 우리한테 말도 없이 혼인 신고를 했다고? 언니 지금 무슨 말하는 거야? 다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부천 곱창댁 규수,이ㅇㅇ)




그렇다.
모든 것은 사실이다.


퇴사 결심 이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벤트들은 아래와 같다.


1) 퇴사 결심 및 사직서 제출.
2) 그로부터 1개월 뒤 퇴사.
3) 같이 퇴사한 친구와 제주 한달 살이.




2번과 3번 사이의 기간은 1개월 반. 그리곤 한 달안에 나의 부동산 첫 임장부터 혼인신고, 대출 신청, 아파트 매매까지 모두 완수했다. 심지어 나는 그 한 달 중 일주일은 친구와 동남아 여행도 다녀왔다.




즉, '집'과 관련된 항목을 조금 더 추가한 타임라인은 이렇다.



1) 퇴사 결심 및 사직서 제출.

2-1) 그로부터 1개월 뒤 퇴사.

2-2) 퇴사날 새벽까지 쫑파티 후, 친구집에서 자고 다음날인 토요일부터 본격적인 임장 시작.

2-3) 일주일 후, 주말 이틀간 오직 임장! 임장! 임장!

2-4) 퇴사 기념 일주일간 동남아 여행.

2-5) 한국에 오자마자 바로 그다음 날 다시 임장 출동.

2-6) 그날 5분 본 집, 이틀 후 가계약 진행.

2-7) 딱 7일 후, 아파트 매매 계약 + 혼인 신고 완료.

3) 같이 퇴사한 친구와 제주 한달 살이.

4) 육지로 돌아와 약 2주간 이사 준비 후, 입주 완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아니 그 상황에서 제주도를 한 달이나 가야겠어?"




당연하지. 당장 퇴사했는데 놀아야 제맛 아니겠어? 제주 한달 살이와 아파트 매매는 모두 퇴사 결심 직후에 세운 나의 *에센셜 액션 리스트였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 싫다! 

*essential action list : bucket list 와 다르게 반드시 하겠다는 나의 다짐이 담긴 리스트. 내가 그냥 이어 붙인 말이다. 




그러면서도 제주도에 가기 전까지 집 문제를 해결하고 가야 했다.


이유는? 제주에서 돌아온 후에는 상쾌한 맘으로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싶으니까. 반드시 나는 그 그림을 만들어야겠으니까.


오히려 제주 여행이 없었다면 계속 망설이고 주춤거리면서 안 되는 이유들을 계속 고민하며 무한정 늘어졌을지도 모른다. 여유없는 시간 덕분에 빠른 판단력과 실행력이 극한을 찍었다. 그렇다면 대체 그 제주에서 왜 간 거냐고? 대단한 무언가를 위하여 간 거냐고? 




NOPE!

JUST TRAVEL! 


(제주 보헤미안 단기 체험 중)


말 그대로 놀러갔다. 실컷 자고 먹고 구경하고 쉬고 책 읽고 바다 걷고 사진 찍고 아주 해피한 보헤미안으로 지냈다.


제주에서의 모든 순간을 개운하게 즐길 수 있도록, 다시 돌아왔을 땐 그 기억들이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단단하고 매끄러운 연결 고리를 만들어야 했다. 얼떨결에 대책 없이 멈춰버린 공백이 아닌, 대사건들을 잇는 쉼표이자 가장 강력한 기폭제의 역할로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제주 한달 살이를 기점으로 나의 NEXT STAGE가 시작되었다.



물론 나 혼자서 이 모든 것을 했다면, 음 글쎄? 불가능하지는 않았겠지만 조금 더 힘들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에는 L의 눈부신 활약이 있다. 이제 L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먼저 L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해야겠다. L은 나와 동갑인 남자친구다. 햇수로 7년째 만나고 있었으며, 나와 함께 살기 위하여 당해 초부터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다. 결혼 준비가 뭔지는 몰라도 우선 같이 살 집을 어떻게 구해야 할지 네이버에 검색해보자! 딱 이 정도였다. 부동산 공부라는 게 정해진 커리큘럼이 없으니 무작정 검색하고 찾아보고 또 임장도 홀로 다녀보며 맛만 홀짝홀짝 보고 있었다. 우리에겐 구체적인 실행 플랜은 없지만 뚜렷한 목표는 있었다.




“전세 말고, 집을 산다.”

어떻게? 잘 모르겠지만 일단 가보자.




내가 퇴사를 선언했던 그날의 그 밤, 휴대폰 넘어 독이 잔뜩 오른 나의 외침이 울려 퍼지던 그 순간, 동시에 L의 머리에 번뜩 떠오른 그 단어. [신혼부부 디딤돌 대출!] 



여러 요건들이 있지만 신혼 부부의 합산 소득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그 수준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닌 탓에 당시 우리 둘의 깜찍한 연봉을 합쳐도 기준을 초과했다. 하지만 내 소득이 이제 0원이라면? 우리 이참에 집을 사버릴 수 있겠는데? 잠깐만, 나 갑자기 신혼부부가 되는 건가? 이렇게 순식간에 결혼을 하는 건가? 집을 살 수 있으니 다 괜찮은 건가? 아! 심히 고민스럽지만 당장 제주도 가야 하니 일단 질러 보자!







**L은 이전부터 꿈꾸던 목표가 있었다. 바로, 우리 둘의 집은 전세가 아닌 매매로 사겠다는 것. 집주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우리 집'이라는 둘만의 공간에서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길 원했다. 투자가 아닌 실거주 목적이라도 부동산 자산을 취득하게 된다면, 투자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더 좋은 곳을 가기 위하여 부동산 세계에 하루라도 빨리 뛰어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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