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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몰뚜뚜 May 08. 2024

[부록] 집 사기 전, 이걸로 부모님 설득함

반대는 걱정에서 나오니까요

(크리스마스 시즌 금전수 화분의 레드 대왕리본 데코레이션)


우리가 신혼집으로 아파트를 매매했다는 소식에 주변 친구들의 질문이 많다. 94년생 동갑내기인 우리들의 친구들도 역시 그 또래다. 20대 후반이 넘어가는 이때쯤이 되니 슬슬 결혼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생긴다.



우리의 경우, 여러 가지 이유로 딱히 결혼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 서로에 대한 확신이니 뭐니 하는 것보다 흐름상 필연적으로 결혼으로 이어질 것 같아 오히려 신경 쓰지 않았다고나 할까. 하지만 무엇보다 현실이 될 여러 경제적인 문제들을 당당하게 마주칠 엄두가 안 났다.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는 막연함에 최대한 피하고 싶었을 뿐이니.



그러던 중, 그 두려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신혼집 문제를 해결할 빛을 보았다. 그 과정에 대해서는 앞선 글들에서 잔뜩 떠들었으니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바로 이와 관련한 친구들의 질문! 여러 질문들이 있었으나 좀 더 자세히 설명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부모님 어떻게 설득했어?




우선 안 좋은 예를 살펴보자.



"엄마! 나 집 사려고!"

"뭐라고? 너 무슨 돈이 있어서 집을 사?"

"대출!"

"무슨 대출을 받는데?"

"몰라! 까먹었어. 근데 뭔가 있어."

"집이 얼만데?"

"OOOO!"

"갑자기 그 돈을 다 어떻게 감당할 건데?"

"흠. 다 방법이 있어."

"너 정신 차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소리야?"

"왜 나한테 승질부려! 나 엄마랑 얘기 안 해!"


(문 쾅)


엄마는 왜 내 맘을 몰라주는 거야!!!!


놀랍게도 실화다. 바로 내 얘기니까. 당장 엄마에게 나와 L의 계획을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입만 근질근질할 뿐 아는 내용이 아무것도 없어 설명할 수가 없었다. 엄마와 나 둘 다 퇴근 후 지쳐있는 상태에서 딸의 대책 빠진 요상한 선언은 어머니의 화를 돋우기 충분했다.



(서촌 어느 카페에서 펼쳐진 L의 프레젠테이션)


그로부터 몇 주 후, L과 함께 엄마를 만났다. 우리의 연애 기간은 햇수로 7년이었으나 동네에서 몇 번 마주친 적 외에 공식적인 첫 만남이었다. 이때 L은 우리의 플랜을 상세히 정리하여 출력해 왔고, 하나하나 자세히 짚어가며 신뢰도 높은 목소리로 일대일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이어서 나의 오마니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다음 주라도 빨리 계약해야겠네."



단번에 OK! 개인적인 정보들이 섞여있어 전체 내용 모두를 공개할 수는 없으나, 대략적인 항목과 내용을 공유하려고 한다.





*전날까지 함께 임장을 다녀온 뒤, 새벽에 작성한 문서라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제주한달살이 덕분에 모든 상황이 긴박하게 흘러갔기에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보니 목차를 깜빡했지만, 간단히 나눠보면 아래와 같다.


1. 대출 설명

2. 요건별 부합 여부

3. 전날 살펴본 임장 물건 + 지도

4. 대출 시물레이션 예시

5. 받을 수 있는 혜택

6. 2023년 개인 계획




먼저, 첫 번째 장을 살펴보면 목차 없이도 전체적인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

디딤돌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 집중 공략!



첫 장에 타이틀과 함께 주요 사항들이 먼저 나온다.

1. 우리가 중점적으로 활용할 대출.

2. 그 대출에 대한 핵심 내용 설명.

3. 궁금할 수 있는 부분 함께 설명.



이어서는 대출의 필요 요건을 하나씩 살펴보며, 우리가 해당 요건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비교한다.


이제 그 다음장. 전날 살펴본 물건들의 특징과 장단점을 설명하였는데, 이때 해당 지역의 지도도 함께 출력하면 각 물건의 입지가 한눈에 보여 이해도가 더욱 올라간다.



이제 진짜 중요한 자금 계획!

그래서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 어떻게 감당할지가 사실 부모님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디딤돌 대출로 받을 수 있는 최대 주택 가격인 6억을 기준 예시로 잡아 대출 시물레이션을 돌려보았다.

*HF 사이트 : 한국주택금융공사(링크)


6억을 기준으로 대출을 받을 시, 나머지 자금을 융통할 계획을 덧붙였다. 그 아래에는 우리가 받을 수 있는 혜택과 각자의 계획을 간략히 적었다.





나와 L과 우리 엄마 그리고 맛집 간다고 따라온 나의 동생까지. 이날 우리는 우선 맛있는 밥을 먹으며 인사를 나눈 뒤, 근처 카페로 갔다. 커피 한잔과 디저트를 먹으며 L은 준비해 온 위 서류를 꺼냈다. 보고 받는 일에 익숙한 대기업 팀장님인 우리 오마니께 차분히 상세한 내용들을 설명했다. 이외에 딱히 설득은 필요 없었다. 당연히 컨펌 완료!



어떻게 부모님을 설득했냐고 묻는 친구들에게 그 자리에서 핸드폰으로 위 문서들을 쓰윽 보여주곤 한다. 이건 또 뭐야?!?! 이렇게까지 해야 돼!?라고 묻지 말도록. 다른 사람도 아닌 부모님한테 걱정을 끼칠 수는 없지 않은가.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상세히 준비했겠지만, 지겹겠지만 당시 나에겐 7월 한 달간 제주살이를 떠나야 했기에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현재 거주 만족도 10000%로 살고 있는 집을 만났기에 오히려 서둘러서 다행이었다. 좀만 늦었으면 정말 팔렸을 거다.


어머니 아버지 이제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사랑을 더더더 주세요. 단 1번의 거절없이 무작정 환영합니다.


자자. 갑자기 집을 사겠다는 어린 우리의 당찬 포부가 부모님의 걱정거리로 전락하지 않도록 준비합시다. 부모님께 어떻게 말해야 할지 질문하는 친구들에게 앞으로는 이 글을 보내줘야겠다. 그리고 이렇게 모든 것을 상세히 설명해 드리면 양가의 부모님들도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지원들을 고민하기 시작한답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하지만 받을 수 있는 지원을 한껏 끌어모아보자! 푸하핫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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