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간 16번의 집들이를 마치며
집들이는 우리의 선언이다.
이곳에 친히 와주신 당신들께 약속합니다.
앞으로도 부끄럽지 않도록 잘 살겠습니다.
장을 보고, 청소하고, 요리하고, 뒷정리하는 노동은 생각보다 고된 작업이다. 하지만 집들이를 통해 얻는 행복과 기쁨의 농도가 그 모든 고통을 희석시킨다. 깨끗이 리셋이 된 채로 한 번도 힘든 적이 없었던 것처럼 또 이를 반복한다.
가능한 모든 요란을 다 떨며, 다 털린 잠재력 한 방울까지 모조리 끌어당긴다. 2인 3각도 아닌 2인 2각으로 달려야 하는 우리 둘의 긴박한 호흡도 찰떡궁합으로 맞춰야 한다. 그리하여 5개월간 휘몰아치듯 16번의 집들이를 이어갈 수 있었다.
집들이 시즌1 종료를 외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잠시 멈추어 그간의 소중했던 추억들을 곱씹어 보고 개선점을 찾아 재정비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나의 커리어 홀로 서기의 중심을 찾고, 우리 둘의 결혼식도 준비하려고 한다. 아무래도 주말마다 집들이를 준비하다 보니 모든 것을 다 함께 병행하기 쉽지 않았다.
나름의 요령도 배웠다. 식재료는 동네에서도 어디가 싸고, 게스트 옷 정리는 어떻게 하고, 룸스프레이는 언제쯤에 뿌리고 등등. 시즌 2때는 조금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 큰 꿈도 생겼다. 넓은 집으로 가고 싶다.
시즌1은 자체적으로 인원 제한을 두었다. 거실 테이블에 배치할 수 있는 의자 개수를 중심으로 우리 포함 8명의 정원이었다. 다행히 7명 이상으로는 모인 날이 없다. 하지만 수용 가능한 규모를 늘리고 싶다.
슬슬 친구들도 하나둘 결혼을 하고 있고, 벌써 아이 계획이 있는 친구도 있다. 그렇다면 본인의 배우자들도 데려와야 하는데 의자를 더 사도 공간이 없다! 입식 테이블 이라 자리가 없는 친구들은 혼자 덜렁 바닥이나 미니 소파에 떨어져 앉아야 한다.
그래서 거실도 넓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주방이 컸으면 좋겠다. 바베큐 파티나 랍스타 등등 더 거대한 요리도 도전해보고 싶다. 셰프를 초빙하고 뒷정리를 도와줄 스태프도 일일 알바로 고용하고 싶다. 단체 소개팅 파티도 주최하고 싶다. 위치적으로 더 좋은 지역으로 가고 싶다. 지금도 수도권이자 역세권이라 좋은 편이지만, 내가 누리고 싶은 것들은 아무래도 다 서울에 있다.
자, 이쯤 되면 자금에 대한 논란이 나온다. 대체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데? 나도 모른다. 하지만 목표가 먼저다. 이제 차근차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엣헴.
더 즐거운 집들이 시즌2를 기약하며,
집들이 시즌1에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