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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는 배신해도 처서는 배신하지 않는다

방학의 끝은 나의 휴식이 시작하는 날

by 지니운랑

이번 여름은 덥고 습하다.

추위보다 더위를 선호하는 나에게도 이번 여름은 열대야와 땀으로 기억될 것 같다.


3주간의 짧은 여름방학이 끝났다.

올해는 유난히도 여름 방학이 짧은 것 같다. 겨울방학이 얼마나 길려고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겨울 방학보다 여름방학이 긴 것이 좋다. 이번 방학에는 바다도 계곡도 가지 못했다. 단지 집 근처 작은 워터파크에 그것도 겨우겨우 시간을 짜내어 잠시 다녀왔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란 슬픈 날이기도 하다. 언제부터 방학이 학원으로 도배가 되었을까? 방학특강으로 인해 학원비는 평상시보다 배가 되었다. 방학 때 여행경비 대비가 아니라 방학 특강비 마련을 위해 평소 적금을 들어야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내가 여름을 선호하는 이유는 빨리 마르는 빨래와 긴 하루에 있다. 밤이 빨리 오면 안 그래도 짧은 하루가 더 짧게만 느껴진다. 어차피 똑같은 24시간인 것을 쉽사리 인정하지 못하겠다.


아이들은 적응이 빠르다. 어제까지 늦잠을 자고 방학이더니 오늘부턴 학교에 가기 위해 일찍 일어난다. 완전 기특하다. 하루아침에 이렇게 바뀔 수 있는 거였으면서 방학 내내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던 건 왜일까?


2학기도 열심히 무사히 재미나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오늘따라 라떼의 개학 날, 볼록했던 탐구생활이 생각난다. 동생과 똑같았던 일기장도 생각나고 날씨를 몰라서 곤욕스러웠던 기억도 떠오르고 친구들과 숙제 어디까지 했냐고 만들기 숙제는 어떻게 하냐고 개학을 며칠 앞두고 벼락치기했던 시간들도 재미있었다.


이제 곧 더운 여름이 끝나고 단풍이 이쁜 짧은 가울을 지나 겨울이 올 것이다. 혹자는 이런 날씨가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나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우리나라의 4계절이 좋다. 여름은 여름이라서 좋고 겨울은 겨울이라서 좋은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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