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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하고 평범한 삶

평범함은 누가 정하는 것인가?

by 지니운랑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다.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평범한 인생이란 누가 정하는 것인가?

평범함이란 것이 존재하긴 하는가?

평범함도 결국은 내가 정한 나만의 평범함이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평범하고도 무난한 인생.

아무 문제가 없는 상태.

아무 문제가 없는 상태가 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운이 뒤따라 주어야만 비로소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인지

나이가 들어가며 그 어마어마한 행운의 깊이를 느끼게 된다.


지인에게서 다시 태어난다면 나 같은 팔자로 태어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남이 보기에도 내 팔자가 편해 보였던 모양이다.


사실 나쁜 인생은 아니다.

큰 굴곡 없이 자랐고

내가 무슨 일을 하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친정, 시댁, 남편, 아이들 알아서 각자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니다.

암투병을 하고 완치 판정을 앞두고 있는 동생도 있고

보이싱피싱 사기를 당해서 지금도 열심히 갚고 있는 시누도 있고

큰 금액은 아니지만 친인척한테 보증을 잘못 서서 노후 자금을 날린 시댁도 있다.

그 밖에도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그 일들이 나의 삶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큰일이 아니었을 뿐이다.


어린아이들과 시골에서 명절을 보내고 밤늦게 서울역에 도착할 때면

너무 지친 나머지 조금의 사치를 부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 길에 보았던 수많은 불빛 속에 내 집도 없고 내 차도 없고 내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면 왠지 모르게 서러웠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30년이 다 되어 가는 아파트지만 내 집이 있고 내 차가 있고 가족들 서로 사이좋고 건강하고 빚도 없고 먹고 싶은 것 사서 먹을 수 있고 가끔 해외여행도 다닐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나름 괜찮은 삶이 아닌가.


내가 내 마음대로 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 무난하고 평범한 삶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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