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와의 싸움은 칼로 물 베기

사소한 속상함이 쌓이면 쳐다보기도 싫어진다.

by 지니운랑

아이를 키우며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때론 사소한 것으로도 마음이 상한다.


아이와 함께 가야 할 약속이 생겼다.

그래서 아이 학원 마치는 시각에 맞춰 인근 지하철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학원을 마치고 가면 여유롭지는 않지만 지각은 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늦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며 서둘러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학원이 평소보다 조금 늦게 마쳤단다.

지하철 시간표를 검색한 후, 15분에 출발하는 지하철을 탈 수 있을까 물었더니 아슬하게 안될 것 같단다.

그래서 마음은 애가 탔지만 28분에 출발하는 지하철을 타도 늦지는 않으니 너무 서둘러서 뛰어 오지는 말라고 카톡을 보냈다.

전적이 있다. 서둘러서 오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그게 더 큰일이 된다.

하지만 아이는 20분이 넘어도 오질 않았다. 충분히 오고도 남았을 시간이라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28분 지하철을 놓치면 늦을 것이 자명했다.

초조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더니 느긋하게 다이소에서 지우개를 사고 있단다. 어차피 늦은 거 28분 지하철만 탈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했단다.


순간 화가 났다.

기다리는 내 마음은?

늦으면 늦는다고 연락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약속이 내 볼 일도 아니고 너 때문에 같이 가주는 거 아니냐고...

나도 다이소에서 살 것이 있었는데 들렀다가 15분 지하철 놓칠까 봐 다음에 가자고 미뤘는데 너는 마음 편하게 물건이나 사고 있냐고 속사포로 말을 쏘아버렸다.


아이를 키우면서 커다란 일로 속 상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렇듯 사소한 일로 마음이 상할 때가 더 많다.

keyword
이전 26화무난하고 평범한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