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전거 사고

아픈 것보다 쪽팔려서 벌떡 일어났단다.

by 지니운랑

「엄마 나 넘어져서 다쳤우」


카톡이 울렸다. 마음이 철렁 떨어졌다.

"어디를 얼마나 다쳤어?"


아이가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졌단다. 생각보다 많이 다치지 않았다는 답변에 안심을 했는데 집에 온 아이를 보니 오른쪽 무릎, 손바닥, 팔꿈치, 옆구리에 반창고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급하게 약국에 가서 메디폼이라도 사서 처치를 했지만 곧 진물이 진득하게 배어 나왔다. 옆구리는 피멍이 들었고 손바닥은 생각보다 깊게 파였다.


아이는 그냥 딸이 아니라 아들을 키운다 생각하란다.

새끼발가락 골절, 오른쪽 손목 골절, 신발주머니를 학교 운동장 나무 위로 던져서 잠자리채를 가지고 꺼내왔던 기억 등 여러 가지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다음날은 나도 근무하는 날이고 아이도 학교와 학원이 연이어 있어서 병원 갈 틈이 나지 않았다.

등교할 때 메디폼을 새것으로 갈아줬는데도 진물이 넘쳐 급한 대로 학교 보건실에 갔더니 보건선생님께서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단다. 다행히도 그다음 날이 학교재량휴업일이라 아침 일찍 아이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건물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을 눌렀더니 같이 타신 어느 할머니께서 7층에는 뭐가 있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피부과가 있다고 하니 피부과가 비싸냐고 물어보신다. 미용 때문에 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서 간다고 하니 그런 건 그냥 연고만 바르면 낫는데 뭐 하러 병원을 가냔다. 자신도 이전에 연고 바르고 반창고를 발랐더니 다 나았다고 말씀하시면서 2층에서 내리셨다. 아... 네 하며 웃으며 넘겼지만 나는 나중에 나이 들어도 남에게 이런 말은 쉽게 하지는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병원을 다닌 지 3번 만에 아이의 상처는 많이 아물었다.

아.. 역시 젊은 게 좋다. 요즘의 나는 모기 물린 상처도 오래 남는다.

당분간은 자전거 쳐다도 보지 않을 거란 예상과는 달리 오늘도 아이는 자전거로 등교를 했다.

자전거 사고 후 점검받기 전이라 자전거에 이상은 없는지 걱정이 되었는데 어김없이 자전거가 조금 이상하다며 앞브레이크가 고장이 난 것 같다고 연락이 왔다.

내일이라도 자전거 수리를 하러 가려고 했는데 퇴근 후 남편이 자전거를 살펴보더니 아이가 자전거 핸들을 360도 돌려 거꾸로 탔단다. 그러면서 앞바퀴 브레이크와 핸들을 연결해 놓은 선이 꼬이면서 브레이크 잡아주는 선이 끊어졌단다. 그래서 고장이 난 거라면서 자전거를 바르게 고쳐주었다.

헉... 자전거 핸들이 360도 한 바퀴 돌 수 있는 거였나? 돌 수 있는 자전거였나 보다.


아이는 정말 남들이 흔히 말하는 얌전하고 예쁘고 여성스럽게 생겼다. 첫째 아이를 보고 그게 얼굴이냐고 이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둘째인 동생이 유일하다. 생긴 것과 달리 성격이 털털하고 주짓수, 복싱 같은 운동을 하고 싶다고 하며 연예인 포토카드 대신 게임 덕질을 하고 여자친구보다 남자 친구들이 더 편하다는 아이를 보면 조금 복잡한 심정이다. 마치 어릴 때의 나 같다. 이런 것도 닮나?

keyword
이전 27화아이와의 싸움은 칼로 물 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