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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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 속의 자유

자유는 어디에 있는가

by 박겸도 Feb 21. 2025


 덜컹 - 덜컹, 기나긴 축산 업장에서 어둠이 막이 내렸다. 그때, 처음으로 ‘해’라는 걸 느꼈다. 

내가 처음 마주했던 그 해는 몹시나 따스했다.

 

눈을 감는 것이 싫어졌다. 눈을 감았다 뜨면, 어느새 나무 대신 차가 있기도, 차 대신 산이 있었다. “우리 어디로 가는 걸까” 나지막이 속삭였다. “도살장에 가는 거야 바보야” 한 친구가 답했다. 내가 되물었다. “도살장이 어디야? 뭘 하는 곳이지?” 그 친구는 나의 이러한 물음이 웃기기라도 한 듯 비웃으며 나의 질문에 대답했다. “죽으러 간다고 이 멍청아” 


그 말을 들은 뒤 심장은 외마디의 ‘쿵’ 하는 소리를 남기고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뭐? 내가 죽는다고?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갑자기?’ 여러 질문이 충돌하며 머리가 아파왔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친구가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아니야 우리는 분명 맛있는 것이 가득한 낙원으로 갈 거야!” 나는 그 친구에게도 다시 물었다. “왜 우리는 낙원으로 가지?” 그 친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그냥, 갔으면 좋겠으니까?” 그 말에 다시 머리가 아파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도대체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두 친구 덕에 내 머리속에는 온통 ‘도살장’과 ‘낙원’으로 가득 찼다. ‘도살장으로 가면 나는 죽겠지? 하지만 낙원일 수도 있지, 그렇치만 낙원은 좋기만 할까?, 왜 우리는 그곳에서 나오게 된 거지?’ 계속해서 피어나는 물음표가 다시 물음표로 치환되며 내 머리 속을 채워내고 있었다. 제발 이 망할 것들을 내 머리속에서 게워 내고 싶었다. 


그렇게 기나긴 물음 끝에 나는 두 가지의 확신을 얻었다. 낙원과 도살장 중에 어느 곳이든 간에 그곳을 간다는 것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나는 둘 중에 어느 것이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이 고통스러운 물음표 중 하나라도 내 머리속에서 긁어낼 수 있을 테니까. 이것을 끝으로 고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우선 도살장과 낙원 중에 가능성이 높은 건 도살장 일거야.’라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둘 다 확실한 이유는 없지만 무작정 긍정하는 것보다 비관하는 쪽이 좀 더 신뢰가 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또한 낙원을 외쳐대는 친구의 얼굴이 유독 멍청해 보였다. 그러던 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느 곳인지 알지 못한다면 나에게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것이 도움 되는 것이 아닌가?’ 잠시 멍해진 뒤 확신이 찼다. “그래 이거야!” 기쁜 마음에 고개를 돌려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전하고자 했으나 내게 낙원 이야기했던 친구의 얼굴을 보고 그 생각을 접었다. 다시 침울에 빠졌고, 다시 해가 들이쳤다. 태양이 나에게 따가운 눈총을 날리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축산 업장에서의 어둠이 그리웠다. ‘그곳은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밥이나 먹을 수 있었는데 물론 지옥같았지만…’ 그러던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낙원이라 해도 축산업장처럼 그저 먹기만 반복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만약 도살장을 간다면 그저 이러한 삶이 끝나는 것, 그뿐이라면 난 무얼 고민하는 거지.?’ 다급하게 낙원을 외쳐대는 친구에게 물었다. “낙원에 가면 넌 왜 좋아?”  친구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야 먹고 잘테니까!” 나는 그 대답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아니야 그건 행복한 게 아니야’


그 순간 모든 물음은 깨지고 오직 내 머리 속엔 ‘나는 왜 살아야 할까?, 산다면 어떻게 살아야하지..?’ 그런 질문들이 심장을 쳐댔다. ‘쿵쿵쿵쿵쿵쿵 쿵 쿵  쿵   쿵 쿵…’ 이상하게도 그 질문을 생각할수록 심장이 잦아들었다. 그때 그 ‘잦아듦’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는 한 번이라도 내 생각으로, 너의 의지로 살아본 적이 있던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 배고프다면 먹고, 어두워지면 자고, 가라 한다면 가고, 낙원이라면 낙원이며, 도살장이면 도살장이라 생각했다. 그때 나는 인생 처음으로 내 의지로, 내 생각으로 결심했다.
‘나는 도착한 곳이 어디든 도망치리라.’ 


그 순간 철컹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뒤돌아볼 여유는 없었다. 낙원이라고 말한 친구에게 이곳이 어디라고 설명해 줄 겨를 따윈 없었다. 나는 그저 자유를 위해 도망쳤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그렇다, 평생을 축산 업장에서 살아온 내가 멀리 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겨우 도착한 벼랑 끝에서는 해가 따스하게 맞이했다. 지그시 눈을 감았고, 내 두 눈에는 햇빛 대신 '그 어둠'이 다시 드리웠다. 


‘으어’ 외마디의 탄식과 함께 잠에서 깨었다. ‘야 잘 잤냐? 이렇게 덜컹거리는 버스에서 너처럼 잘 자는 사람은 내가 처음 본다 너는 내가 인정한다 ㅋㅋ’ 친구가 말했다. ‘우리 어디로 가?’ 내가 다급하게 물었다. ‘얘 왜 이러냐, 어휴 그래 우리 죽으러 간다 이 바보야‘ 친구가 한심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농담하지 말고 빨리!’ 내가 대답을 재촉하며 되물었다. 친구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아오, 그래 우리 학교간다 학교 임마’ 나는 친구의 대답을 안심인지 허망인지 모를 한숨을 뱉었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학교를 왜 갈까 하는 생각을 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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