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하모니카가 그립다

일어나

by 임세환

그를 만났다.

대학에 입학한 1993년 대학로 학전소극장에서 말이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게 될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가 공연중에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는 기억이 흐릿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히 기억하는 모습은 있다.

기타를 메고 노래를 부르다 하모니카와 기타를 동시에 연주하는 모습이 그것이다. 하모니카를 불 수 있게끔 거치대를 목에 멘 그의 모습은 강렬했다. 그의 목소리가 잠시 멈준 시각은 기타와 하모니카의 협연이 펼쳐진다


기타와 하모니카가 펼쳐지는 시간

그시간은, 그 기억은 잊을 수 없다. 그 당시의 공연들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접했을 때마다 1993년 학전소극장의 떨림이 되살아온다.


김광석의 목소리가 멈춘 시간, 그의 하모니카가 껴진다. 그의 목소리를 닮은 하모니카소리는 기타의 선율과 하나되어 관객들을 흔든다. 그의 목에 걸린 하모니카거치대가 고맙고 감사했다.


그의 하모니카는 음의 속도에 따라 느낌이달라진다. 리듬이 빠른 곡에는 흥을 돋우고 진중하고 묵직한 노래엔 깊이를 더해준다. 전자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곡이 바로 <일어나>이다.


광석이형이 이곡을 부르던 때의 심정은 위 영상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노래가사에 담겨있는 광석이형의 마음이 전해진다. 그 마음을 오룻히 담은 하모니카는 사람들을 울리고 지쳐있는 사람들의 어깨를 두드린다. 일어날 수 있게 손을 잡아준다.


광석이형이 내미는 손이 그리운 가을이다.

아침이다.

봄의새싹은 아니지만 하루를 열어갈 시간이다.

일어나 지하철을 탄다.



검은밤의 가운데 서 있어
한치 앞도 보이질 않아
어디로 가야하나 어디에 있을까
둘러봐도 소용없었지
인생이란 강물 위를 뜻 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다가
어느 고요한 호숫가에 닿으면 물과 함께 썩어가겠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한번 해보는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끝이없는 날들 속에 나와 너는 지쳐가고
또 다른 행동으로 또 다른 말들로
스스로를 안심시키지
인정함이 많을수록 새로움은 점점 더 멀어지고
그저 왔다갔다 시계추와 같이
매일매일 흔들리겠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해보는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가볍게 산다는 건 결국은 스스로를 얽어매고
세상이 외면해도 나는 어차피 살아 살아있는걸
아름다운 꽃일 수록 빨리 시들어 가고
햇살이 비추면 투명하던 이슬도 한순간에 말라버리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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