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음미하는 두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가사를 쏙 빼고 기타와 드럼선율을 따라 느끼는 것, 또 다른 하나는 가사의 의미를 쫒아 서사를 기억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두가지 방식이 섞여있다. 그래서 전주가 나오는 노래의 노래제목은 알아도 노래가사 전체를 기억하지 못하고 드문드문 기억나거나 뒤섞여 기억나는 일이 대부분이다.
이 곡 <흐린가을하늘에 편지를 써>도 마찬가지다.
반복되는 <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만 정확히 기억한다. 그리고 지난 시간동안 하이라이트구간인 반복되는 이 부분만 계속 들어왔고, 아니 기억의 기억이 내 기억을 강화시켰는지도 모르겠다. 김광석의 내지르는 듯한 목소리는 더더욱 하이라이트를 장기기억저장소에 쌓아두게했다.
다시 노래를 꺼내 든다.
이제 광석이형 나이 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되니 들리지 않던, 보이지 않던 가사가 보이고 들리고 가슴에 와 닿는다.
나를 둘러싸는 시간의 숨결이 떨쳐질까 내가 간직하는 서글픈 상념이 잊혀질까 나를 유혹하는 안일한 만족이 떨쳐질까 내가 알고있는 허위의 길들이 잊혀질까
내지르지않더라고 묵직한 그의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각 고민마다 "음~"으로 더 고민이 깊어짐을 안다.
그는 묻고 답했다.
가만히 있는다고 떨쳐지고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안다.
청명한 가을이었음에도 그의 하늘은 흐렸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실천만이 내 고민을 떨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는 창문을 열어제끼고 나에게, 그대에게, 세상에게 편지를 쓴다고 노래했고 실천했다. 점점 더 빠르고 높고 당차게 내지르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점점 더 불타오르는 그의 얼굴을 보면 충분히 그러하다.
시간의 숨결, 서글픈 상념, 안일한 만족, 허위의 길들
오늘 아침 내려놓아야 할 단어들이 눈에 더 들어온다. 그런 나이도 이미 되었지만 20살 광석이 형의 노래를 다시 들으며 떨치고 일어나야겠다.
김광석의 노래는 기타소리도, 노래가사, 그의 목소리도 좋다. 특히나 그의 목소리로 듣는 가사의 의미는 더더욱 깊게 파고든다. 가을이 깊어진다. 광석이형의 노래도 더 깊어진다.
상념(想念) [명사] 마음속에 품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
안일(安逸) [명사] 편안하고 한가로움. 또는 편안함만을 누리려는 태도.
허위(虛僞) [명사]
1.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인 것처럼 꾸민 것.
2. [철학] 그릇된 사고로 인하여 외관상은 정당하게 보이나 실은 어떤 점에서 논리적 원리나 규칙에 저촉된 것. 언뜻 보아 올바르게 보이지만 그릇된 추리로, 추리 형식에 위배되거나 사용하는 언어의 의미가 애매하거나 추리의 전제가 부정확한 데서 생긴다.
3. [철학] 자기가 진실이라고 믿지 아니하는 일을 타인에게 진실인 것처럼 믿게 하는 고의적인 언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