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어제 엄마 수술은 잘 마쳤습니다.
오전에 출장을 가고 오후엔 서현이, 재현이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에 다녀왔습니다. 세란병원 7층에 도착하니 5시. 수술실 밖 상황판은 <회복중>이라는 노란색 불빛이 들어옵니다.
30분 정도 지나니 수술실 문이 열렸습니다. 문이 열리자 침대에 누워있던 이동식 침대위 발바닥만 보입니다.
동생이 "엄마다"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엄마인 줄 몰랐을 겁니다. 똑같은 침대, 똑같은 환자복을 입고 있어서 얼굴을 보지 않으면 누가 누군지 모를텐데..... 엄마의 딸은 용캐나 엄마를 알아보았습니다.
드디어 다시 만난 엄마는 오른쪽 어깨에 보호대를 차고 얼굴을 심하게 찡그리고 눈을 뜨지 못하십니다. 무통주사를 같이 맞고 있지만 수술의 흔적이 오롯이 전해왔을 겁니다.
병원의 병실은 8층.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에 지나가던 간병인 한 분이 엄마와 저희둘을 보고 엄마에게 힘내라 이야기해주십니다.
"어머니, 많이 아프실꺼에요. 어깨수술 환자 분들이 제일 많이 아파요. 그래도 잘 참으셨어요. 오늘 저녁만 지나면 많이 편해지실거에요. 고생하셨어요. 조금만 더 힘내세요"
처음보는 간병인의 응원에 엄마는 눈을 뜨지 못하시지만 분영 들으셨을 겁니다. 곁에 있던 동생이 대신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저도 그렇구요.
병실에 도착, 이동식침대에서 병실침대로 옮겼습니다. 엄마는 그제서야 눈을 뜨고 간호사의 설명과 주의사항을 듣습니다. 그 떄 엄마와 처음으로 눈이 마추쳤습니다. 수술실 들어가기 전에 딸은 보아서 알고 있고 오지말라고 했던 아들이 병실에 있는 걸 확인하신 거지요. 엄마는 눈으로 먼저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잘 끝난 것 같다고 말입니다. 간호사가 돌아가시고 제게 이야기 하십니다.
"왔어?" 그 한마디가 다였습니다.
"네"
엄마는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심호흡을 크고 깊게 하십니다. 그래야 빨리 회복된다고 하셔서요. 심호흡과 함께 엄마얼굴은 평온을 찾습니다. 식사도 2시간후에는 죽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천만다행입니다.
한편 여동생은 자기 남편에게 전화를 겁니다.
"침낭 가지고 병원으로 와요."
'어, 여기 4인 간호병동이라 간병인이 밤에 봐주실텐데....'
석달전 엄마 허리수술 후 이십여일 가까이 간호했던 여동생이 이번에는 자기가 나서서 간병인의 도움을 받자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어제도 집에서 자고 오늘 오전부터 엄마옆에 있었거든요.
"어, 침낭은 왜?"
"오늘만 엄마 옆에서 잘려고.."
"나도 집에 가야 하고, 엄마 저녁 드시는 거 보고 집에 가서 자고 와. 가족같진 않겠지만 간병인 분과 간호사들이 지켜주실거야"
"알아. 나도. 근데 오빠. 엄마가 오늘만 옆에서 같이 자달라고 해. 엄마가 언제 누구한테 부탁하는 사람이야?"
"아........"
"오빠! 얘들은 신났어!! 엄마 오늘 집에 안 들어온다고. 집에 있으면 잔소리만 해대니, 오늘밤은 지들 세상이겠지^^!"
"과연 얘들만 그럴까? 김서방도 춤추지 않을까?ㅋㅋ"
다행입니다. 오늘밤은 당신의 딸이 당신 곁을 지켜주니까요. 엄마의 발만 보아도 아는 당신의 딸이 있어 아프겠지만 외롭지 않고 든든하실겁니다.
아침에 일어나 김광석의 <어머니>를 듣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김광석의 친구들이 부른 노래입니다. 형을 기리는 사람들이 모여 1998년 <가객>이라는 앨범을 냈습니다.
1996년 그날 전에 광석이 형이 작업을 하고 차마 발표되지 않은 곡이 두개가 있었다고 해요. <부치지않은편지>와 <어머니>입니다. <부치지않은편지>는 형의 목소리가 오롯이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음원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앨범으로 나오지 못했어요. 대신 <노래마을>이라는 김광석의 친구들이 대신해 불러줍니다. <노래마을>은 <백두산>,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햇볕 한줌 될 수 있다면>,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등을 불러주었던 노래모임입니다. <노래마을>의 노래도 좋아했습니다. 게다가 <노래마을>이 김광석의 친구로서 불러주어 더더욱 감사합니다.
조용히 노래를 따라 듣습니다.
잔잔하고 나지막하지만 울림은 큽니다.
그 이유는 어머니라는 세글짜, 엄마라는 두글짜를 이야기하고 있기 떄문입니다.
엄마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지시길 기원합니다. 행복한 아침입니다.
철길 저편 둥근 산 위로
늙은 달이 떠오른 저녁
내 가슴에 가득한 어머니
골목마다 뛰놀던 아이들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내 가슴에 가득한 어머니
이 어둠 속 내게로
올 사람은 아무도 없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그리운 어머니
나는 무얼 찾아
예까지 왔을까
이토록 지친 걸음으로
멀리 돌아보아도
내 삶의 처음은 보이지 않고
내 방황의 길목마다 당신의 다듬이 소리
어머니
내 가장 슬픈 노래인 아~아~! 어머니
이 바람 속 아무데도
갈만한 곳이 없고
세상이 주어질수록
더욱 그리운 어머니
나는 무얼 이루려
이렇듯 바삐 살아왔을까
멀리 바라보아도
길의 끝은 보이지 않고
내 고단한 꿈속에
당신의 자장가 소리
어머니. 내 등뒤에
늘 말 없이 서 계시는
아아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