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까지 입원수속을 밟아야해서 제가 3시에 모시러갔어요. 8월에 허리협착증 수술이후 교정기를 아직 채 떼지도 않았는데 이번엔 어깨수술을 하시네요.
가녀린 체구에 힘이 장사였던 엄마였습니다. 그동안 엄마는 한번도 아픈 걸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우리집은 제가 어릴 때부터 집에서 가방을 만드는 공장이었습니다. 두분이 하루종일 만든 가방 20개는 엄마가 새벽에 남대문도매시장에 납품하셨죠.
6시 아침식사전에 검은색 보자기에 가방을 차곡차곡 쌓는 건 저의 일이었습니다. 엄마는 그걸 머리에 이고 남대문시장행 버스에 몸을 실었었지요. 1978년부터 시작한 그 일은 30년 넘어 2008년에 더이상 하지 못하게 됩니다.
집으로 돌아오시는길에는 원단, 장신구, 부품을 검은보자기에 다시 싸가지고 오십니다. 어느 날은 한쪽 어꺠엔 원단, 한쪽 손에는 검은보자기를 들고 집에 돌아오셨구요. 간혹 비라도 오는 날에는 우산을 받칠 손이 모자라 그 비를 다 맞고 오시기도 했었네요. 그런 엄마는 언제 한번이라고 병원신세를 지거나 앓아 누운 적이 없었습니다.
점심을 준비하던 아내의 손길이 바빠졌습니다. 10여일 혼자 계실 아버지, 병원밥만 드셔야 하는 엄마를 위해 몇가지 반찬들을 만들고 있네요. 제가 부탁도 안 했는데 말이죠. 마음으로 신경써주고 있어 고마웠습니다. 종이백 두개에 반찬들을 담았습니다. 하나는 아버지집에, 하나는 엄마 병실 냉장고에 각각 넣으려고요.
엄마집에 도착해 냉장고에 아내가 만들어 준 반찬을 넣어드렸습니다.
"그거 뭐냐?"
"드시라고 밑반찬 몇개 해왔어요"
"굶을까봐 그러냐. 다음부턴 하지마라. 쓸데없이 시간낭비 하지 말고 잘 먹고 있을테니 아무 걱정마라"
"아니, 모른척 잘먹을께하시면 되지. 꼭 그렇게 말씀안하셔도 되요"
"난 그런 소리 못한다. 그런 소리 못하니 들을 생각도 하지 말고. 암튼 다음부턴 절대 하지 마. 내가 다 알아서 할꺼고 부탁하는 것만 해 주면 된다 "
"그런 말씀 하기가 그렇게 싫으세요? 아내도 칭찬 받으려 한 거 아니에요. 그저 마음이지. 그냥 모른척 무심한 척 넘어가셔도 되잖아요."
이런 분위기에 그냥 나올 수가 없어서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습니다. 매년 이맘때쯤 택배로 소금 10kg씩을 주문하시는데 주문할 떄가 되지 않았냐 여쭈어보았습니다. 그건 아버지가 주문하지 못하는 거라 제가 계속 해 왔었으니까요. 아직 있으니 다 떨어지면 전화하신다 합니다. 다른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 집을 나섭니다.
"갔다올께요.식사 잘 챙기고요"
"걱정마! 빨랑 가!"
그게 두분 대화였습니다. 지난 여름에 20일 가까이 입원하셨을 떄도 아버지는 엄마에게 전화 한통 안하셨습니다. 전화기와 친하지 않으시거든요. 대신에 아버지는 인터넷 이곳저곳을 검색하고 엄마가 집에 돌아왔을 떄 불편하지 않을 침대와 식탁, 의자들을 나름 알아보고(절대 상의하지 않고) 동생을 통해 주문을 시키셨습니다. 헉-.-
이번에도 아버지는 엄마에게 전화하지 않으실겁니다. 대신에 여동생이 아버지에게 전화드리겠죠. 어제도 입원하고 내일 오후 수술시간이 언제가 될지는 수술10분쯤이나 알 수있다는 말을 전해들은 아버지는 버럭 화를 내를 내십니다. 그런 경우가 어디있냐며? 기다리는 사람은 생각해주지도 않는다고 하시면서요.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감사하면 감사하다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고마우면 고맙다고 표현해 주시면 되는데 아버지는 자신의 방식으로만 풀어냅니다. 엄마와 자식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느끼는데 표현이 낯설고 생경합니다.
전형적인 경상도 장남의 모습이죠. 장남이라 아버지의 엄마를 지켜야했고, 아버지의 아버지를 일찍 보내드리는 바람에 시집장가가는 삼촌, 고모들을 뒷바라지 해야만 했습니다. 사고로 일찍 저세상에 간 동생의 장례식장을 아버지대신 지켜야 했습니다. 아버지의 어깨는 늘 해결해야 하는 짐들이 있었네요.
아버지가 어깨짐을 내려놓고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좀 자식들에게 기대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엄마의 오늘 어깨수술도 잘 되어 조금은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침 출근길 광석이형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애절하네요. 엄마아버지는 이제 70대입니다. 형의 노래속 부부는 한분이 한분을 보내며 잘가라 인사하지만 엄마,아버지는 건강하게 두분이 오랫동안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