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베네치아 여행을 마치고 피렌체로 갔다. 베네치아에 들어올 때 탔던 수상 버스를 타고 다시 기차를 타고 피렌체에 도착했다. 피렌체에 도착하자마자 다른 도시에 왔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거리가 모두 돌바닥이었다. 벽돌이 박혀있는 도로. 케리어를 끄는데 드르르라라락 아주 요란한 소리가 났다. 그때 내 친구 케리어 바퀴가 부서졌다. 케리어는 무거운데 바퀴마저 잃고, 빨리 숙소를 찾아야 했다. 그런데 지도에 나온 곳에 찾아가도 숙소로 들어가는 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비슷한 골목에서 계속 서성이다가 체크인 약속 시간이 조금 늦어서 전화를 걸었다. 근처에 온 것 같은데 어딘지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주인이 창문으로 우리를 보고 내려오셨다. 설마 이 문이 숙소문인가 했던 곳에서 주인이 내려왔고 그곳으로 올라갔다. 초반의 걱정과는 달리 숙소는 정~말 예뻤다. 숙소 주인분도 정말 친절하셨다. 예쁜 숙소에 들뜬 나머지 숙소에서 쉬는 게 아니라 계속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원래 계획은 점심과 저녁을 모두 식당가는 거였지만 숙소 주방도 마음에 들어서 저녁은 직접 만들어 먹기로 했다.
예쁜 숙소
실컷 사진을 찍고 피렌체 거리를 구경할 겸, 점심도 먹을 겸, 저녁 식재료를 살 겸, 밖으로 나왔다. 점심 식사로는 티본스테이크(T bone steak)를 먹으러 갔다. 티본스테이크는 뼈 모양이 T 모양인 부위인데, 한쪽은 고기의 안심, 다른 한쪽은 고기의 등심이 같이 붙어있는 스테이크이다. 식당에 들어가 티본스테이크와 리조또를 주문했다. 톰과 제리에서 나올 법한 크기의 티본스테이크가 나왔다. 당연히 맛있었다. 그런데 스테이크보다 리조또가 먼저 동이 났다. 스테이크를 내버려 두고 쌀을 먼저 다 먹은 게 너무 웃겼다. 우리 모두 쌀이 고팠다. 이후 이탈리아 여행의 테마 1일 1젤라또를 하기 위해 젤라또 가게에 갔다. 이 가게는 피스타치오맛만 판다. 너무 맛있다. 피스타치오맛은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르게 견과류 맛이 더 강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견과류 맛이 강한 게 더 좋았다.
이후 근처 마트에 가서 저녁 식사 재료를 샀다. 집밥처럼 해 먹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소금같이 소량 사용하는 재료들도 모두 사야 하기 때문에 아쉽지만 간편 조리 재품들도 샀다. 그래서 스파게티면, 스파게티 소스, 간편 조리 리조또, 과일을 사서 들어왔다. 요리를 시작하려는데 완전히 실수한 것이 있었다. 물을 사지 않은 것이다. 유럽의 수돗물은 석회수가 들어있다고 하던데 이 물로 스파게티 면을 삶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우리에게 있는 물은 탄산수뿐이었다. 많지 않은 탄산수로 스파게티 면을 끓였다. 이 상황이 너무 웃겼다. 그래도 제법 그럴싸한 식사가 완성이 되었다. 후식으로는 피오렌지인지(blood orange)를 먹었다. 왜 오렌지 이름이 피오렌지일까 궁금해서 샀는데 껍질을 벗기니 이유를 알았다. 오렌지 색이 붉은 주황색이었다. 일반 오렌지보다 훨씬 맛있었다. 한국에 가져가고 싶을 정도였다.
탄산수로 만든 스파게티, 피오렌지
이탈리아 피렌체 DAY1
피렌체에 온 가장 큰 이유는 두오모 성당에 가기 위해서이다. 두오모 성당을 보기 위해서 아침 일찍 준비했다. 그러나 친구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나 혼자 빵에 크림치즈를 발라 먹고 평소에는 잘 마시지 않는 커피도 마셨다. 내친김에 친구들 것까지 준비했다. 친구들 늦잠 덕분에 여유로운 아침을 보냈다.
커피 빵
두오모 성당에 가기 전에 점심 식사를 하러 갔다. 이 식당에서는 이탈리아의 다른 음식을 먹어 볼 생각이었다. 그래서 스파게티와 라비올라, 라자냐를 주문했다. 식전으로 빵도 주고 스파클링과 화이트 와인도 주는 고급진 레스토랑이었다. 음식이 모두 맛있었다. 그런데 여행 시점 10일 차쯤 되어서 그런가 점점 밀가루 음식에 배가 더부룩해지는 시점이었다. 입을 즐거운데 배가 즐겁지 않았다. 그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완전히 즐기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그래도 아이스크림을 놓칠 순 없지! 식후 젤라또를 먹고 근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에 갔다. 성당 앞 광장에서 젤라또를 먹고 주 목적지인 두오모 성당으로 갔다.
식전 빵, 스파게티, 라비올라
라자냐,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에서 젤라또)
가는 길에 '베키오 다리'를 건넜다. 로마 시대 때부터 있던 다리라고 한다. 분명 사람들도 많이 다니고 상점들도 있어서 시끌벅적한데 이상하게도 풍경은 참 평화로웠다. 그리고 두오모 성당 근처에 있는 "카페 질리"에 갔다. 이곳 에스프레소가 기가 막히게 맛있다고 했다. 에스프레소가 취향은 아니지만 궁금한 건 못 참기 때문에 호기롭게 가서 에스프레소를 받았다. 그런데 정말 맛있었다. 커피를 잘 모르는데도 에스프레소가 부드럽고 고소했다. 내 머릿속 에스프레소는 쓴 맛인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래서 이탈리아가 커피로 유명한가 싶었다.
베키오 다리, 카페질리에서 에스프레소
두오모 성당은 꼭대기인 돔에 오를 수도 있고 종탑에 오를 수도 있다. 보통은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는데 우리는 모두 오르기로 했다. 꼭대기로 올라가는 계단을 아주 좁고 가팔랐다. 한 명이 오를 때 반대편에서 내려오면 누구 한 명은 뒤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서로서로 양보하며 종탑에 올랐다. 저 너머 돔에 사람들이 빼곡히 있는 게 보였다. 우리도 그곳에 합류했다. 이번에는 돔에서 종탑을 바라봤다. 그리고 피렌체 시내를 내려다봤다. 피렌체의 대부분의 건물은 고층건물이 아니다. 그래서 붉은 지붕이 한눈에 모두 들어왔다. 비슷한 높이의 붉은 건물이 묘한 평온함을 주었다. 내려가는 게 아쉬워서 꽤나 오랜 시간 그곳에 있었다.
두오모 성당
저녁은 가게에서 포장한 피자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피렌체 여행은 이전의 여행보다 여유로워서 기억에 남는다.
이탈리아 피렌체 여행정리
이탈리아 피렌체는 고즈넉한 평온함이 있는 곳이다. 노을이 질 때쯤 피렌체 거리를 보면 붉은 지붕의 건물과 붉은 하늘이 마음을 더 편안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