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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기로 한 이유

 잠시 쉬고 싶어서 한국을 떠나 아일랜드에서 생활한 지 6개월. 비자 상으로는 8개월 체류할 수 있으나 예산을 6개월 정도만 가지고 왔다. 되돌아가는 비행기도 그때에 맞춰서 구매했었다. 아일랜드에 도착하기 전부터 우울감은 계속 있었다. 내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된 우울감이었다. 한국에서 벗어나 6개월 정도 쉬면 본래의 나를 되찾고 우울감도 없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다시 돌아갈 용기가 없었다. 그렇다고 아일랜드에 정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 작은, 154cm 밖에 안 되는 사람이 살 곳이 없다고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가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아마도 세계태마기행과 같은 TV 프로그램에서 봤을 것이다. 그저 그런 곳이 있구나 하는 인지 정도였는데 2022년부터 그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취직도 잘하고 결혼도 하고 앞으로의 단계를 준비하고 있는데 나만 제자리걸음이었다. 굳이 남과 비교하지 않아도 몇 년간 제자리걸음에 지쳐있었다.


 다들 인생에는 답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내 주변엔 정답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일까. 그 레이스에 합류하지 못한 사람들이 틀린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보통은 그런 사람들이 주위 어른들로부터 핀잔을 듣는다. "공부 열심히 하고 있니? 어서 취업해야지." "만나는 사람 있니? 그래도 결혼은 해야지." 정답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런 이야기는 듣지 않는다. 그렇다면 당연히 핀잔을 듣는 쪽이 정답이 아닌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게 나다.



 산티아고를 완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만의 삶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그 길을 걸은 후 미니멀 리스트를 실천하게 되었다는 것 등이 있다. 나는 삶의 깨달음을 얻은 이들처럼 정말로 인생에 답이 없다면 인생에는 답이 없다는 답을 얻고 싶었다. 인생을 길로 표현하기도 한다. 나의 길을 알고 싶어서 길을 걷기로 했다. 이것이 주된 이유이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이유들이 모여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산티아고라면 특별한 위로를 줄 것만 같았다.


이 브런치 북에는 산티아고에서 겪은 경험과 생각들을 모아보려고 한다.

33일간 800km 여정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순례길의 첫 시작, 순례자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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