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르베다, 나를 익히는 시간

by 은손


목적지는 아유르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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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반다라웰라 기차역이 보였다. 승강장에서 쏟아지듯 나오는 사람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사람, 거리를 가로지르는 버스까지 — 매연이 자욱할 법 한데, 공기는 의외로 맑았다. 사방을 둘러싼 나무들이 잎을 흔들며 매연을 삼키는 듯했다. 목적지는 아유르베다. 이름도 생소한 전통 의학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빨간 헬멧을 쓴 저 언니도 같은 곳에 가는 걸까.


중심가를 지나자, 2층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십 여평 남짓한 한약방을 상상했는데, 종합 병원과 비슷한 규모였다. 오늘,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까.


수미스는 병원 관계자를 만나고 와야 한다며, 잠시 사라졌다. 대기실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 주위에 중년 여성 한 명과 남자 어린이가 앉아 있었다. 아이는 나를 신기하게 보더니, 가위 바위 보 게임을 신청했다. 세 번 연속 이긴 그는 행복한 웃음을 터트리며 마당으로 달려 나갔다. 나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던데, 그는 전혀 더워 보이지 않았다. 그때 엄마처럼 보이는 아줌마가 나에게 부채질을 해주었다. 벌써 따뜻함을 처방받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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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민, 이제 들어와도 돼.”

슬슬 심심해질 즈음, 수미스가 저 멀리에서 손짓했다.

함께 등장했던 사람의 이름은 데이빗 (가명).

병원 이곳저곳을 보여줄 가이드였다.


약재 냄새를 따라서 찾아간 곳은 바로 치료실. 아주머니가 엉덩이에 약초를 올린 채, 엎드려 있었다. 간호사 말로는 오일을 붓고 몇 분 기다리면, 척추 통증이 사라진단다. 이곳의 치료 도구는 메스가 아닌, 약초와 오일이었다.


2층에는 생전 처음 보는 도구가 있었다. 머리만 내놓고 약초 수증기에 몸을 맡기는 장치라고. 내가 쪄지는 느낌은 어떤 걸까.


마당 중앙에는 그을음이 남은 아궁이가 타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여기에서 약재를 달인 모양이다. 환자를 정성스럽게 챙기는 마음이 느껴졌다.


아유르베다 의사라면 나에게 무슨 약초를 처방할까. 예약이 가득 차 버린 게 아쉬울 뿐이다. 내 마음을 눈치챈 걸까. 수미스가 아유르베다 스파를 추천해 주었다. 이 동네에서만 십 년 넘게 영업했단다. 바로 달려갔다.


드디어 낮에 본 땀 빼는 기계에 내 몸을 넣어볼 수 있었다. 열기가 금세 온몸을 휘감았다. 오징어가 구워질 때 온몸이 뒤틀리듯, 나도 다리를 이리저리 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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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뜨거워요.”

할 수 없이 스태프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녀가 등 아래 수건을 깔아준 후에야 견딜 만 해졌다.

여전히 땀은 비 오듯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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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허리와 무릎에서는 땀이 흘러내렸다. 그래도 몸이 맑아지는 것 같다. 30분이 지나자 스태프가 물었다. “그만하실래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나가면 시원해지겠지만, 약초 수증기가 피부와 호흡에 스며드는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결국 40분 넘게 버티고 나서야 기기에서 나왔다.


누군가 아유르베다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하리라.

“자연을 처방하는 의학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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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과 함께

약재를 바르거나, 달여서 마시고, 끓여서 혈액을 순환시키는 이 모든 과정이 아유르베다였으니까. 이 날의 웃음과 향기, 온몸을 적신 땀의 온기까지 오래 간직하고 싶다. 새로운 세계를 소개해 줘서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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