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에서 만난 내 친구 미스티

by 은손


내 친구 미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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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는 친절한 호텔 스태프 중 한 명이었다. 내 취향에 맞춰 아침 식사를 챙겨주고,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 오늘은 무엇을 했냐며 물어보는 다정한 그녀. 마음을 열어도 괜찮겠다는 직감이 든,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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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엘라에서 따뜻한 날을 보내던 도중, 뜻밖의 사건이 벌어졌다. 홍차밭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가 자신이 이 밭의 주인이라며, 호텔 스태프와도 잘 안다는 것이다. 호텔 고객은 본인 고객과 마찬가지라고 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직접 운영하는 식당에 한 번 놀러 오라고 했다. 스리랑카 전통 식으로 차려주겠다나. 구글 평점도 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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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가고 싶긴 한데, 저 남자를 믿어도 될까. 불안한 마음에 미스티에게 달려가서 말했다 — “미스터 벤자민을 만났어.” 그녀는 “그래?“ 라면서 별 일 아닌 것처럼 말했다. 아는 사이가 확실했다. 일단 이상한 사람일 린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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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식당에 놀러 갈 시간이 없었다. 호텔에서 시간이 한참 걸리는 데다가, 엘라에서 구경하고 싶은 장소가 많았으니까. 벤자민에게 초대해 줘서 고맙지만 갈 시간이 없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발바닥이 아플 때까지 동네를 산책했다. 그리곤 침대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낯선 메시지가 도착했다.

“왜 내일 체크아웃을 하는 거야. 우리 집에서 자. 내가 잘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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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식당에 초대할 때만 해도 단순 호의라고 생각했는데, 위험한 초대였던 걸까. 낯선 남자에게 경계를 풀지 않던 내가, 호텔 스태프와 잘 안다는 말에 방심해 버렸다. 만약 그 식당에 갔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스리랑카에게 배신을 당한 것 같았다.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했지만, 화딱지가 났다. 결국 미스티에게 문자로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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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사실 호텔 스태프 모두 벤자민을 신뢰하지는 않지만, 나에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단다. 그녀는 그 부분에 대해 진심을 다해서 사과를 했으며, 벤자민에게 어떻게 경고하면 좋을지 대표님과 논의해 보겠다고 했다. 나의 안전은 호텔의 책임인데,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으니까. 미스티와 이야기 나누는 사이, 내 마음도 서서히 누그러졌다. 이 낯선 땅에 내 편이 있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을 테다. 그때, 발자국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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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민, 혹시 자고 있어?


밖에는 잠옷을 입은 미스티가 있었다. 잠에 들 준비를 거의 다 했지만, 나 혼자 불편한 감정을 견디게 할 수 없다며,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다.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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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을 일찍 떠나보내고 홀로 아이를 키운 이야기, 일하면서 번아웃을 겪었던 순간까지. 나도 여행 작가의 꿈과 불안을 털어놓았다. 공통점도 별로 없는데, 서로의 존재가 이상하리만치 위로가 되었다. 그녀는 다른 손님에 비해서 늘 친절했던 내가 마음이 쓰였다고 했다. 그래서 한 마디라도 더 하고 싶었는데, 내가 늘 방에 없었다고. 마지막 날에야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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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 be missing you


내일 체크아웃을 앞둔 나에게 그녀가 말했다. 스리랑카의 모든 게 좋았지만, 그녀 덕분에 엘라에서의 매일이 더 행복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오랫동안 그리울 것이다. 나 또한 수줍게 말했다 — “You have been my sunshine during the whole time.”


첫번째 날 조식

다음날 아침, 그녀는 내가 좋아했던 스리랑카 음식만 모아서 작지만 특별한 만찬을 준비해 주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던 커피를 선물로 건넸다. 내년에는 그녀의 집에서 머물다 가도 된다는 약속을 받았다.


지금도 우리는 종종 연락을 주고받는다. “오늘은 어땠어?” 라는 질문에는 단순한 안부 이상의 마음이 담겨 있다. 언어와 환경이 달라도 늘 이어져 있는 이유다. 덕분에 우정의 본질을 배우는 중이다. 가까이 머무는 것보다 중요한 건, 서로의 삶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는 마음이라는 사실을. 낯선 여행지에서 맺은 인연이 인생을 지탱하는 우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그녀를 만나러 스리랑카에 또 한 번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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