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에서 한 팀이 되기까지

by 은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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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a


어느새 엘라에서 보낼 시간이 하루만 남았다. 늘 호텔 스태프 수미스와 동네를 돌아다녔지만, 오늘은 혼자 산책하고 싶었다. 가이드 붙여주겠다는 제안도 거절해 버렸다.


우선 며칠 전부터 아른거렸던 보라색 카페로 향했다. 서글서글하게 생긴 청년이 주스를 내밀었다. 테라스에 앉아 끝없이 펼쳐진 엘라 산맥을 감상했다.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는 이 풍경. 독수리는 좋겠다,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으니까. 괜히 마음이 벅차올라 카페 사장님과 셀카를 남겼다.


나오려는 순간, 낯선 이정표가 보였다. 그에게 물으니, 삼촌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란다. 절반은 가족이 사용하고 있고, 절반은 여행자의 공간이었다. 아침마다 현지 가족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집이라니, 이보다 더 낭만적일 수 있을까. 근처 카레 식당 주인도 자기 집 일부를 에어비앤비로 내놓고 있었다. 저녁에 놀다 들어오면 사장님 아들이 반겨주겠지? 다음에는 이런 숙소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ChatGPT

“이 동네에선 집을 지을 때 방 하나를 남겨둬요.

늘 여행자를 맞이하거든요.”


사장님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엘라에서는 집이 곧 에어비앤비고, 손님은 곧 가족이자 친구였다. 집은 없지만, 이 마을 전체가 내 집이나 다름없었다.


저녁 무렵, 내가 묵는 에어비앤비가 운영하는 식당에 들렀다. 수미스가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물었다.


“오늘은 어디 다녀왔어?”

“홍차 공장 가는 길 따라 산책했어.”

“이 더위에?”


대답을 하려는 찰나, 손님이 들어왔다.

여행사 대표였다.

그는 매일 이 식당에서 하루를 브리핑한다고 했다.

“엘라가 마음에 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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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ChatGPT

그는 맞은편에 앉아서 본인의 인생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스위스에서 공부하고, 여행사를 이끌기까지, 치열한 여정을 들었다. 엘라 호텔은 처음부터 직접 설계한 곳이라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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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스리랑카에 또 오세요.

모든 패키지를 무료로 체험할 수 있게 준비해 둘게요.

오늘 저녁도 제가 쏴요.“

“정말요?“

“그럼요, 이제부터 우리는 한 팀이에요.“


한 팀이라니. 마음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집이 곧 숙소인 동네, 손님 대신 친구로 맞아준 사람들, 그리고 한 팀이라고 말해주는 누군가. 어디 여행하든 늘 이방인이었던 내가, 이곳에서는 현지인이 되었다. 엘라가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한국에 갈 날이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내 영혼은 여전히 엘라의 푸른 산맥 위를 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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