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네곰보로
엘라에서 네곰보까지, 몇 시간을 내리 달렸다.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곯아떨어졌고, 정신 차렸을 때는 아침이었다. 넘실거리는 모라왈라 바다가 보였다.
햇볕이 강렬했지만,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바닷가를 걸었다. 파도가 암석에 부딪쳐 알알이 부수어지는 모습은 몇 번 보아도 장관이었다.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역시 실물보다 못했다.
이른 아침부터 신나게 수영하는 동네 사람들 덕분에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어떤 꼬마들은 나에게 다가와 셀카를 찍잔다. 땀에 젖은 몰골이 말이 아니긴 했지만, 기꺼이 응했다. 이 날이 담긴 이 사진이 참 좋다.
재스민, 나랑 수산시장에 갈래?
오전에 나갔던 내가 점심이 되도록 오지 않자, 숙소 아르바이트생 아미르가 바닷가까지 찾아왔다. 내가 고른 해물로 맛있는 요리를 해주겠단다. 그의 솜씨가 궁금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오토바이에 탔다. 시장에 가니, 상인들이 연이어 아미르 이름을 불렀다. 얼마 전까지 이곳에서 생선을 팔았던 그는, 이 동네의 사람이었다.
우리는 적당한 크기의 생선을 고른 후, 숙소에 돌아왔다. 아미르는 주저 없이 생선에 칼집을 내어 노릇노릇하게 구워 내었다. 오이에 토마토까지 올리니, 색감도 알록달록해졌다.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는 나를 보며, 그는 한 점 먹어 보란다. 오 마이갓, 레몬이 생선 기름기를 잡아 주었다.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드레싱이었다. 그에게 어떻게 만들었냐고 물었더니, 이것저것 다 넣었단다. 손이 가는 대로 만들었나 보다. 그간 스리랑카 음식은 맛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건 나의 오해였다.
아미르는 알까.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이 요리가, 내게 스리랑카에서 먹은 것 중에서 가장 빛나는 한 끼였다는 것을. 푸르른 바다, 맛있는 음식, 함께 웃을 수 있는 친구까지 —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이 순간을 얼마나 자주 발견하고 누리느냐였다. 내일이면 여행은 끝이 나지만, 언젠가 다시 돌아와도 오늘의 바다와 식탁, 그리고 우리의 웃음이 여전하길 바란다. 고마워, 아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