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나만의 고향
처음 스리랑카에 가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도대체 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꿋꿋이 이 여행을 고집해 왔다. “뭐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가볼게요.” 라며, 흔들리지 않았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겁쟁이긴 하지만, 기꺼이 모험하고 싶었던 나라 — 스리랑카. 2주도 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매일매일이 행복했다. 돌아보니 이 모든 시간은 나를 알아가는 인생 수업이었을지도 모른다.
모라왈라 바닷가에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혼자의 시간도 좋지만, 여럿이 어울리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부와 까마귀, 원숭이가 서로 공존하는 현장을 보며, 다름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방법도 배웠다.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을 만나도 선 긋는 대신, 이어 보자고 결심했다. 자연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온해진다는 사실을 또 한 번 확인했다.
여행 취향도 조금씩 변해갔다. 숙소는 무조건 미리 준비하는 계획형인데, 이번에는 예약한 숙소를 취소하고, 온라인 사이트조차 없는 이름 모를 숙소로 바꾸어 버렸다. 하지만 무턱대고 고른 스리랑카가 최고의 여행지가 되었듯, 이 숙소 역시 잘한 선택이었다. 게스트하우스 스태프 아미르와 함께, 수산 시장도 구경하고, 잊을 수 없는 생선 요리를 먹었으니까. 계획대로만 밀고 나갔다면 절대 만날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한 동네에 되도록 길게 머물자는 원칙도 세웠다. 모두가 정류장처럼 머무는 엘라에서 4박 5일 동안 머물며, 현지인을 수십 명 만났다. “이 동네에서는 집 지을 때 손님방을 무조건 만들어 둬요. 언제 여행객이 찾아올지 모르니까요. 저희도 식당과 숙소 둘 다 해요.“ 라고 누군가 말해준 덕분에 이 동네 생태계도 알게 되었다. 대화를 나누던 도중에 마침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신나게 뛰어 들어오기도 했다. 이렇게 귀여운 가족을 만나게 될 줄이야. 여행의 핵심은 어디를 갔냐가 아니라, 어떻게 경험하느냐에 있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한 문장을 적었다.
“여행은 인생 수업이다.”
자연을 좋아한다는 것, 시끌벅적한 파티가 가끔은 좋다는 것, 여행 취향도 변할 수 있다는 것 등등이 기억에 남았다.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 단지에 집을 구했으며, 언젠가 나의 주택에서 친구들과 홈 파티를 하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이 모든 게 스리랑카에서 얻은 선물이었다. 낮에는 여행하고 밤에는 기록하는 일상도 무사히 살아냈다. 어쩌면 내 천직은 여행 작가일지도 모르겠다. 이 연재는 여행 작가를 향한 첫 번째 도전이었다. 이 책을 덮는 당신의 여정에도, 언젠가 나를 비춰주는 거울 같은 여행이 찾아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