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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Jul 13. 2024

스물한 번째 : '돈 먹는 하마'는 안되도록 노력하자

내가 능력이 안되니 머리와 몸을 갈아 넣는 방법뿐이다

출처 : NBC News


적어도 대한민국에 사는 30대를 넘긴 사람이라면 '돈'과 '주거'에 대한 생각에 매몰되어 살아갑니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수저 운운하면서 편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 또한 지인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다이아몬드 수저까지는 아니더라도 Calm(가명) 너는 금수저는 맞다고 인정해.


솔직히 제가 금수저로 살아왔나에 대한 생각을 해보면 저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합니다. 2가지 때문인데요.


첫 번째는 제가 고등학교 때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잘 안 가기 때문이고,

https://brunch.co.kr/@f501449f453043f/10


두 번째는 제가 뭐를 사달라고 아버지께 이야기를 드리면 바로 둘 중에 한 가지가 대답으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를 사야 하는 이유를 정확히 이야기해봐.


아니면

~를 사야 하는 이유를 간단명료하게 종이에 적어오면 검토해 보겠다.


확률로 따지면 아버지의 허들을 넘을 확률은 10% 정도였는데, 어머니가 보시다가 아버지한테 이러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Calm(가명) 아버님, 당신이나 좀 똑바로 하세요. 은행일도 못 보는 사람이 무슨 애한테 이게 뭐 하는 거예요?


그러면 아버지께서 그냥 입을 꾹 닫으시고는 옥상에 가셔서 평상에 누워계셨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웃지 못할 일도 있었는데, 중학교 때 학교에 자전거를 타고 갔는데 그게 사치품이라고 저보고 훔친 게 아니냐고 해서 학교에 5시까지 잡혀있다가 부모님이 데리러 온 적도 있었고......


고등학교 때는 겨울에 부모님이 사주신 코트를 입고 학교에 갔는데, 그 옷이 요새 흔히 명품이라고 하는 브랜드 코트라 제가 도둑놈으로 또 몰린 적도 있는데, 그때 저를 도둑놈으로 몰아댄 놈이 제 고3 담임이었네요.


중요한 건 제가 해외에 살 때 부모님이 사 오신 옷과 자전거였고, 제가 살던 도시에 그 물건을 팔지를 않는데 그러면 제가 원정절도라도 했다고 하는 건지......


지금 같으면 한번 법의 심판을 받아보고 싶기는 하네요.


글을 적다 보니 저도 생각보다 많이 풍족하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항상 속으로는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옷이나 이런 문제보다도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이나 해외에 있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면서 제가 써댄 의료비가 어마어마했거든요.


저는 자식이 없지만, 당시에 제 부모님은 제가 아파서 치료나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만큼은 '현실적인 선택'이 아니라 '모든 것을 다 쏟아붓는 선택'을 하셨고, 결국 저는 인생은 꼬였지만 숨은 붙어있네요.


그래서 항상 성인이 되면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나이가 들면 다 채워놔야겠다는 거의 '강박'에 시달린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자꾸만 가족구성원들에게 '인내'를 강요하게 되고, 이모 몇 명과 외사촌들이 중간에서 장난하는걸 옛날 같았으면 알면서도 속아주는 넓은 마음이 있었을 텐데, 지금은 모든 것을 다 닫아버리는 것 같습니다.


항상 부모님께 이런 말을 해드렸습니다.

절대로 이제부터는 '돈 먹는 하마'가 되지 않을게요.
내가 000(고3 담임), 다른 요인 이외에 이 새끼 때문에 죽을 뻔하기도 하고 자살도 시도했었는데, 자살 안 하겠다는 말은 못 하겠고, 이제는 다 쏟아붓지 말고 자꾸 원상복귀하려고 하지 마세요.
살아있는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방향을 택하세요.


제가 이 말을 하는 상황 그리고 이 말을 할 때마다  부모님은 단 한마디도 안 하시고 듣고만 계시다가 한 1시간 정도 지나면 아버지나 어머니 중에서 한 분이 꼭 이러십니다.

야, 무슨 조폭도 아니고, 우리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제발 좀 편하게만 살아라.


그냥 요즘 별 생각이 다 듭니다. 다행히 일을 진행하는데 실수는 없었고, 저는 최대한 보수적이고 깐깐하게 일처리를 하고 있는데, 다른 전문가분은 상당히 낙관적으로 상황을 보고 계셔서 오히려 정말 미친 듯이 꼬여온 제 인생이 이렇게 쉽게 갈 리가 없는데...... 이런 생각이 들면서 위에 제가 부모님께 항상 해드렸던 말 그리고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고, 스쳐 지나가는 중입니다.


과연 제가 지금 제가 원하는 일이나 공부를 하고 있었더라도 제가 이러고 있을까? 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도 결국은 환경이 다르더라도 지금 이 상황이라면 미친 듯이 걱정하고 예민해져 있을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허허 하면서 웃을 수 있는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중간에 들어오는 수많은 견제와 또 다른 불확실성에 대한 부분들...... 이런 것들이 앞으로 한 2주 정도는 엄습해올 텐데, 걱정도 되지만, 제가 '돈 먹는 하마'가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는 그 과정과 시간을 기록하고 싶어서 글을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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