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와 시공사가 건축주의 의견을 따르지 않을 때에는 지적해야 한다
어머니나 친한 누님이나 이런 말을 하고 다니지 말라고 했지만, 이런 자기 최면이라도 안 걸면 제가 사고를 칠 것만 같아서 그냥 항상 자기 최면을 겁니다.
지금 신축을 하는 건물은 내 소유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부모님 소유의 건물이다.
내가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듣고,
그것을 건축사에게 전달해서
도면에 반영되도록 하는
대리인일 뿐이다.
사실 건물을 꿀꺽하려는 생각보다 제가 이렇게 자기 최면을 거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너무 책임질 일이 너무 많다 보니,
무언가에 대해서 책임감을 그만 가지고 싶어서요.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러면서도 부모님이 합리적인 소비와 더불어 합리적인 건축을 하시기를 바라는 게 제 간절한 소망입니다.
건축설계방식을 정하면서 어머니가 강력하게 고집하시는 부분이 있어서, 처음에는 저도 반대를 하다가 처음의 자기 최면으로 돌아갔습니다.
건축주는 내가 아니고, 부모님이다.
저도 제가 왜 이런 것들을 알고 있는지, 건축이나 소재 쪽에 대한 지식이 도대체 뭘 공부해서 쌓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건축사도 선을 넘었고, 저도 선을 넘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생각하고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왕 양쪽이 다 선은 넘었고,
다 폭주하는데,
결과물이나 똑바로 내고 나서,
관계를 끝내던지 하자.
저는 항상 '과정'을 중시하는 부모로부터 교육받고 살아왔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가진 적도 없고, 이렇게 일처리를 해본 적도 없습니다. 결과중심주의인 대한민국에서는 좀 맞지 않는 사고방식인 것 같네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는 저 자신에게 정말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우선 집이 안전하게 그리고 합리적이게 지어지는 것만 생각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의사 선생님이 조금 누워있는 시간을 늘려서 허리에 부담을 그만 주라고 하셨는데, 오늘도 그렇게 하지는 못했네요.
나중에 아파서 병원비를 더 내게 될지도 모르지만, 일단 필요 없는 돈은 사용하지 않고 집을 지어볼 생각입니다.
집이 지어지고 하면 조금씩은 공개해 보겠습니다.
브런치에 관계된 글을 읽고 도움이 많이 되어서. 혹시나 제 글을 보고 어떤 분은 아이디어를 얻으실 수도 있으실 것 같아서요.
걱정 속에서 살아가는 하루하루였지만, 경제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신경이 항상 더 날카로워지는 저 자신에 대해서 솔직히 저도 이해를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