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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다 Kdiversity May 06. 2024

2024년 4월 DEI 영감 모음집

4월 한 달 간 일상 속에서 보고 들었던 것들 중, DEI를 떠올리게 했던 내용들을 공유 드립니다.


<목차>

1️⃣ 「도쿄를 바꾼 빌딩들」 북토크 후기: 장기 저성장 일본에 활력을 불어넣어준 도시 재개발 사업

2️⃣ 소시오크라시(Sociocracy) 교육 후기: Power over가 아닌 Power with, 참여와 자율을 통한 의사결정

3️⃣ 「에이징 솔로(Aging Solo)」 독서 후기: 고정관념을 허락하지 않는 드라이한 단어 선택




1️⃣ (4/19) 「도쿄를 바꾼 빌딩들」 저자 박희윤 님 북토크


분야와 상관없이 '기획'을 하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발상으로 해법을 내놓아야 하는 사람이라면 꼭 들어봐야 한다는 북토크 홍보 문구에 혹해서 다녀왔습니다. 또,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아자부다이 힐즈'가 핫했던 것을 본 터라, 도쿄에 관심이 가기도 했고요. 제가 몸담고 있는 영역과는 다른 영역(도시/건축/부동산)의 이야기를 들으며 머리를 좀 식히려 했는데, 오히려 더 많은 영감을 얻게 되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책 제목은 도쿄를 바꾼 '빌딩들(buildings)'을 얘기하지만, 북토크를 들어보니 저자는 도쿄를 바꾼 '사람들(builders)'을 얘기했습니다. 롯본기 힐즈, 아자부다이 힐즈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런 건물과 타운을 조성한 '모리빌딩'이라는 재개발 회사 사람들이 핵심이더라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인사이트 2개를 공유합니다. 


✔ 모리빌딩社 '타운 개발' 사업모델의 성공요인: Hard things + Soft things 양 측을 세우는 것만으로 되지 않음 → Management 까지 총 3개 축이 균형을 이루어야 함  

모리빌딩도 처음부터 도시개발을 완벽하게 잘 해낸 것은 아닙니다. 시행착오가 있었는데요. 그들도 처음에는 개별 '빌딩'개발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러나 토지 신화가 끝났다는 것을 알고, '도시' 재생의 시대로 접어듦을 깨닫게 되며 지금의 이상적 '도시'개발 사업모델(3개 축)을 추구하게 됩니다.

사업 초기에는 '빌딩'개발에 집중했고, 그 당시에는 Hard & Soft things에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 Hard: 건물을 진짜 잘 짓는 것. 예를 들면, 초고층 건물의 엘리베이터 배치를 효율화/최적화하기, 지진을 대비해 건물 내에 자체 발전소를 짓고 보유하기, 건물 앞 조경에 신경써서 가로수길과 유럽풍 보도블럭을 깔기 등등
- Soft: 잘 지은 건물 안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기. 입점 오피스의 자녀들을 초청한 이벤트도 해 보고, 콘서트도 해 보고 등등.


그러나, 일본이 성장에서 성숙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뭘 해도 안 팔리는 시기가 됩니다. 예전처럼 빌딩을 짓고 가치가 높아지면 되파는 것이 불가능해져요. 이에, 건물을 계속해서 보유하고 직접 모리빌딩 직원들이 운영한다는 원칙을 세우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건물 하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지역 전반의 지속적인 활성화를 유도하며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나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Management'라는 축, 즉 '운영과 관리'입니다.
- 모리빌딩이 지은 건물에 입점하는 모든 가게들은 모리빌딩의 'OO타운 브랜드북/컨셉북'에 따라 직원 교육을 받습니다. 각기 다른 가게여도 똑같은 컨셉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죠.
- 단순히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여러개의 건물을 보유하고 타운을 조성함으로써 '동네/거리'를 만드는 것 즉 상호작용, 사회적 응원에 중점을 둡니다. 그리고 도화지가 커지니까 (건물→타운) 더 많은 것을 더 크게 할 수 있게 됩니다.


➡ 인사쟁이인 저는, HR도 이제 이 영역에 들어서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인사제도로 대표되는 Hard factors, 조직문화로 대표되는 Soft factors까지는 우리는 어느 정도 이룩한 것 같습니다. (Hard) 절대평가, 상대평가, 다면평가 다 해봤고, PS, PI, Stock Option 다 해 본 것 같아요. (Soft) 집체/연수교육, 자발적 러닝 동아리, 리더십 진단 및 코칭, 호칭 변경, 자율복장, 주니어보드, 리버스 멘토링, 타운홀미팅, 컬처덱까지 나날이 발전해가고 있고요.

(Mgmt)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접어들어야 할, 진정으로 고도화해야 할 '운영과 관리'의 영역은 무엇일까,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선순환구조는 무엇일까, 그 구조를 그릴 때 우리가 편집해야 하는 의외성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 들었습니다. 제가 주장하는 Social Sustainability와 DEI의 시대가 곧 오겠구나 확신할 수 있기도 했고, 많은 것을 꼼꼼히 준비해두고 고민해두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내부경쟁에 매몰되어 하향평준화되지 말고, 외부경쟁에 초점을 두기  

이 날 북토크 장소의 주인, 책방마님 최인아 님의 질문에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선생님의 책과 말씀은, 글로벌 시티로서의 도쿄의 도시 경쟁력을 높이자는 합의가 있다는 전제 하에, 그러면 어떻게 도쿄를 그렇게 만들 것인지 해법을 찾은 것인데, 우리에겐 그런 합의가 있는 것 같지 않다. 국제적으로 보면 서울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국내 관점에서 서울은 제일 많은 자원과 영향력을 지닌 ‘강자’다. 또 우리는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서울이 아니라 지방 발전, 즉 균형 발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담론도 만만치 않고, 도시 재생에 대한 관점도 매우 달라서 도쿄처럼 대규모 도시 개발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특혜라는 인식)도 많다. 도쿄엔 이런 문제가 없었나? 시민들을 어떻게 설득해 합의에 이르렀는지 궁금하다."


저자의 답변 또한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겪으며, 뭐라도 해야 한다는 합의가 시민들 사이에 생겼고, 실제로 뭐라도 시도되면 고마워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면서 '도쿄는 우리 일본 안에서 싸우지 말고, 일본의 대표선수로서 상해/홍콩이랑 싸워라. 메가시티로서 커라'라는 국민적 인식과 공감대가 생긴 것 같습니다."


➡ HR을 하다보면 형평성에 초점을 많이 두게 됩니다. 돈을 벌어오는 부서가 아니라 쓰는 부서이다 보니, 정해져 있는 바운더리 내에서 정해져 있는 Pot을 나눠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이 있습니다. 또, 구성원들의 불만과 요구를 최전선에서 상대하다보니, 최대한 잡음없이(?)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상적으로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최적화, 그리고 이를 통한 조직 경쟁력 및 생산성 강화를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다수 설득의 편리성과 운영 편의성, 이를 통한 일정 준수 및 오래도록 누가 와서 하더라도 문제 없게 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는 것이지요.


결국 이러한 접근 방식은 '우리끼리 안에서 지지고 볶는 것'인데,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끼리는 똘똘 뭉쳐서, 상대와 맞붙거나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닐까요. Pot이 커지면 나눌 것도 많아진다는 생각을 하면 좋을텐데요. 


왜 일정 직급 이상으로 승진하면 군호봉 폐지하냐, 여직원도 생리휴가 폐지해라, 여성전용 주차칸 왜 만드냐, 20년 이상 장기근속자 여행비 왜 올려주냐, 신입사원 제주도 연수나 부활시켜줘라, 계약직한테 왜 우리랑 똑같이 성과급 주냐, 왜 R&D본부만 재택근무 하게 해 주냐, 우리도 재택근무 하게 해 줘라... 등등 지금까지 우리는 늘 안에서 서로를 겨누어 왔습니다. 회사는 그런 노노갈라치기를 방관하거나 오히려 조장하고 이용해왔는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안에서 서로를 겨누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우리끼리는 하나가 될 수 있는 회사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런 HR을 하고 싶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성원들이 '우리끼리 뭉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려면 '뭉쳐서 나오는 성과가 우리에게도 배분된다'라는 생각을 가져야 할 거고, 그러려면 경영진과 HR이 신뢰를 주어야 할겁니다. 또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도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고, 어떤 정책을 마땅히 누릴 만하다, 그로서 더 큰 성과를 낼 것이다 라는 믿음도 있어야 할겁니다. 결국 모든것이 신뢰, 신뢰자본의 문제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2️⃣ (4/23) '소시오크라시 (Sociocracy)' 교육과정 참가


소시오크라시란, Socio(함께 연대를 이룬 사람들끼리) + Cracy(같이 통치한다)는 합성어로, 구성원의 참여와 합의에 기반한 회의방식이자, 의사결정 프로세스이자, 수평적 조직체계 라고 합니다.


갈등관리학을 전공하시고 문화다양성훈련을 받은 강사 분이 궁금하기도 하고, 평등하고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수강신청할 수 있다고 하여 다녀왔습니다.


알찬 이론 강의에 실습까지 재미있게 하고 왔습니다. 다만, 학교 선생님, 노인복지회관 재직자 등 다른 수강생 분들은 소시오크라시를 일상에서 바로 쉽게 폭넓게 적용하실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는데, 기업에서 일하는 저는 아직 현실적으로 조금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DEI와 관련된 기초적이고 이론적인 지식들을 알게되어 제가 앞으로 공부해야 할 포인트를 잡기도 했고, 또 '의사결정'과 관련하여 생각해볼만한 지점들을 많이 던져주셔서 공유해 봅니다. 다소 두서 없을지라도, 킵해뒀다가 차근차근 생각해 보고 공부해 보려고 합니다.



✔ Top-down식 의사결정 장면에서는 '자기조절 장치, 피드백 장치'가 미약하거나 상실되거나 편향된다.

✔ 권위적 리더가 사라진 지금 현 시대는, '진행자'가 리더가 되었다.


✔ 왼손은 거들뿐. 독재적 의사결정이든, 다수결 의사결정이든, 컨센서스/Faciliatation이든, 소시오크라시든 모든 도구는 의사결정에 불과하다. 우리 조직의 특성에 맞는 의사결정방식이 잘 쓰이기만 하면, 뭐든 괜찮다.



✔ 메리 파커 폴렛: DEI의 대표인물, 인본주의 경영의 시초.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가 인정한 인물. 테일러와 동시대 사람인데, 테일러가 '과학적 관리'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주창할 때, 메리 파커 폴렛은 '협력/관계'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연구하였다. (그 시대에!)  

                  자율조직에서 권위는 power over(강압적)가 아니라, power with(능동적)이어야 한다.

사람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상황을 통제하는 것만이 문제다.


✔ 결국 DEI는 인권운동(Human Rights)에서 시작되었다. 그 뿌리가 있어야 성공 가능하다. 기업의 DEI를 하고 싶다면 그 회사에서의, 그 회사마다 그런 근본적인 필요를 발굴해야 한다.  

                  파타고니아가 환경친화적 기업으로서 성공한 이유도, 실제 창업자 무리가 '찐 환경운동가'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환경 중심의 철학가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기술자가 붙어서 성공한 것이다.            



✔ 홀리크라시(소시오크라시의 완성형, 기업형)로 유명한 자포스는, 당시 CEO가 홀리크라스 도입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후, 홀리크라시에 반대하는 중간관리자는 모두 돈을 주고 해고했다.



✔ 소시오크라시는 8~10명 내외의 '서클(circle)' 단위로 구성하여 이루어지는데, 이 서클은 각자 존재의 목적을 정해야 하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가 갖고있는 권한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를 도메인domain)이라고 한다.

➡ 우리는 우리가(= 우리 팀이, 내가)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어디까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주체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도 결정하지도 못하는게 아닐까? 물론 이를 알려고조차 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 소시오크라시는 결국 '팀'으로서 추구하는 역성(Dynamic)이다. 리더가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동의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 최근 우리나라 HR에서는 조직문화가 아니라 '리더문화'를 얘기합니다. 이제 이 이후에는 '팀문화'를 얘기하게 될까요? 혹시 모를 일입니다. 




3️⃣「에이징 솔로(Aging Solo)」 독서 후기


현대인의 '일' 그리고 '일하는 사람'을 탐구하는 한국일보의 '커리업'을 개인적으로 정말 정말 정말X10000 좋아합니다. 내용의 깊이와 밀도가 이루 말할 수 없고, 신개념 UI/UX/비주얼을 적용한 웹페이지의 몰입도가 놀랍습니다. 인터뷰어(제작자)와 인터뷰이 모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말 수준 높은 매거진이에요. 일을 하다 지칠 때마다 커리업을 보면 갑자기 머리를 얻어 맞은 듯 허리를 곧추 세우게 되고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됩니다. 눈으로 먹는 오쏘뮬, 핫식스, 자양강장제랄까...


https://careerup.hankookilbo.com/


의도치 않게 서두가 길었는데요, 동아일보 기자 -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옹호부장 - 여성가족부 차관의 커리어를 거친 김희경 님의 커리업 인터뷰를 보다가 그분의 책 '에이징 솔로'를 읽고 싶어졌습니다.  「에이징 솔로」는 40~60대 비혼 여성들의 인터뷰를 엮은 책으로, 1인 가구가 3인 가구(부부+자녀)보다 많아진 현재, 더 많은 개인과 가족을 포용하는 다음 사회를 위한 길잡이 같은 책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재미있고 알찼는데, 그 중 몇몇 기억에 남는 부분들을 남겨둡니다.



� (14~15p) 에이징 솔로는 문자 그대로 '혼자 나이 들어가는 상태'를 뜻한다. 사람을 지칭하려면 '솔로 에이저(Solo Ager)'라고 써야 하겠지만, ... 미국에서 혼자 살기를 선택한 사람을 불완전한 느낌을 주는 '싱글' 대신 혼자로도 온전한 '솔로'로 부르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감안했다. ... '비혼 중년'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이 계속 환기되는 것을 피하고자 다소 낯선 조어를 선택했다. 


➡ 모든 인간이 그렇겠습니다만은, 특히 한국은 이야기를, 서사를 참 좋아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자꾸 특정 집단을 지칭할 때 성격을 부여합니다. '기러기 아빠', '골드 미스' 이런 식으로요. 그런 측면에서 이 낯선 조어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당당한 싱글'도 아니고, '돌봄이 필요한  싱글'도 아니고 드라이하게 'Aging Solo(혼자 나이 들어가는 상태)'라고 칭하기. 어떠한 부정적 고정관념이 들어올 틈도 허락하지 않는 이 단어를 만드신 것이 참 좋은 본보기라고 생각했습니다. 



� (57p)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전 지구화가 여성의 삶에 끼친 변화를 말할 때 흔히들 돌봄 이주 노동자들만 영향을 받은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이동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여기'에 있는 남성은 기득권이 침탈당한다고 느끼지만, 여성은 자신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거라고 상상해요. 어떤 공간을 인식하고 상상하는 심상지리(心象地理)가 지금 사는 공간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내가 어디에 있는 누구인지 생각할 때, 세계지도 위의 자신을 상상할 수 있게 된 거죠. 삶이 열려 있다고 생각하면, ... 그게 사람들에게 큰 심리적 여유를 줘요.



� (97p) 수수할 때 보호자의 동의서를 받는 관행에 대해서도 보건복지부는 이미 2007년 대한병원협회에 공문을 보내 보호자의 수술 동의서가 없다고 환자의 수술을 지연시키거나 거부하면 의료법의 진료 거부 행위에 해당해 처벌이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직계가족인 보호자를 찾고 동의서를 요구하는 관행은 여전하다. 의료사고가 나거나 수술비를 청구할 때 분쟁이 날 것에 대한 병원 측의 우려 때문이다. 하쇠건강연구소는 2019년 펴낸 연구 보고서 '의료 현장에서의 보호자 개념은 다양한 가족을 포함하고 있는가?'에서 '병원의 과도한 보호자 찾기'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며, '환자 중심의 사고'가 아니라 '의료현장의 편의성 중심 사고'라고 짚었다. 


➡ 보면서 웃음이 났습니다. 회사도 똑같으니까요. 법률적으로 인정된 가족이 아니면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면) 경조휴가/경조금을 받을 수도 없고, 배우자 건강검진이라는 복리후생도 받을 수 없으며, 가족돌봄휴가도 쓸 수 없습니다. 회사가 직원에게 뭔가를 주는 것은 이토록 막혀있는데, 회사에게 조금이라도 위험요소가 되고 해가 될 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귀신같이 열려있습니다. 회계법인은 조직 특성 상, 직원의 주식투자와 관련해 엄격하게 제한하는데, 이들이 제한하는 '직원 가족'의 범위에는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도 포함됩니다. 대한민국 회사를 다니면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내 배우자가 '배우자'로 인정되는 유일한 순간이였습니다. 참으로 우습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272p) 미국 10개 주 정부와 워싱턴DC의 경우, '가족돌봄휴가 대상에 혈연가족뿐 아니라 등록동반자, 동거인, 가족과 같이 친밀한 자'를 포함하고 있다. 2019년 개정된 뉴저지주의 유급 가족휴가법은 가족의 범주를 '근로자가 가족과 같이 여기고 있는 친밀한 관계의 자'로 규정했다. ... 캐나다에서는 노동자가 누군가를 돌보기 위해 일하지 못할 때, 임금의 55%를 보전해 준다. 이 때 돌봄을 받는 사람이 꼭 가족이거나 함께 사는 사람일 필요는 없다. 가족 돌봄을 인정받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요건은 '근로자가 돌봄을 제공하려는 자를 가족으로 여기고 있는가 여부'라고 한다.


➡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선진적인 SAP Korea의 'Medical Leave' 사례가 생각납니다. 가족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성소수자 파트너의 돌봄까지도 가능하게 제도화 한 사례입니다. (https://www.goodjob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43)



� (271p) '싱글리즘(Singlism)'이라는 단어가 있다. 사회심리학자 벨라 드파울루가 처음 사용한 말인데, '결혼이 비혼보다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비혼자에게 편견을 갖는 것'을 뜻한다. 이는 단지 태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법률/제도 등 모든 구조에 스며들어 있어서 일상에서 차별을 겪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싱글들도 피해갈 수 없다. ... 결혼한 사람만 배우자나 가족을 돌보기 위해 일터에서 휴가를 쓸 수 있고, 싱글은 가까운 친구나 형제자매를 돌보기 위한 휴가를 쓸 수 없다면? 싱글리즘이다. ... 이 모든 구조화된 싱글리즘은 싱글의 삶이 커플의 삶보다 가치가 떨어진다는 메시지를 주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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