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커피와 이별 준비
성인이 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푹 빠지게 된 것은 믹스커피였다. 군것질이나 간식 따위를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끼니만 해결하면 그만인 사람이었다. 식후에 무언가를 더 입에 넣는 일도 그다지 즐기지 않았고, 가뜩이나 인생이 쓴맛인지라 쓰디쓴 아메리카노는 달갑지 않았다.
출근해서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때로는 오후에 직원들과 또 한 잔. 많게는 세 잔, 적게는 한 잔 정도를 매일 마셨다. 어쩌면 나는 커피 맛보다 그 과정을 더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종이컵에 가루를 털어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티스푼이 있어도 굳이 스틱형 믹스커피 봉지로 휘휘 저어야 제맛인 것 같은 기분. 건강은 물론 위생이나 품위면에서도 좋아 보일 리 없는 투박한 행동이지만, 나는 그게 좋았다.
맛도 물론 좋지만, 그 한 잔을 둘러싼 분위기를 더 좋아한다. 종이컵을 기울여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 마신 후에는 오히려 '괜히 마셨나.' 하는 후회가 밀려올 때도 있다. 입안에 남는 텁텁함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시 찾게 된다. 그 한 잔이 주는 위로를 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나름의 황금비율 공식에 맞춰 커피를 직접 타서 마시던 때도 있었다. 커피 두 스푼, 프림 두 스푼, 설탕 두 스푼. 이름하여 '둘둘둘' 공식. 그야말로 달콤 쌉쌀한 환상의 맛!
그 시절 직장에서는 방문객이 오면 으레 '미쓰리'를 불렀다. 미쓰리는 예쁜 커피잔에 손님의 취향을 물어 커피와 프림, 설탕을 넣고 티스푼으로 정성껏 저어 내왔다. 커피 한 잔에도 격식이 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이미 완성된 비율의 믹스커피가 있어 훨씬 간편하다. 그 덕분에 더 자주, 더 편하게 마실 수 있다.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사람들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생각으로 나의 믹스커피 취향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밖에서 믹스커피 동지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토록 나의 믹스커피 사랑은 남달랐다. 소화기능이 예전 같지 않은 요즘 애정하는 음식들이 조심해야 할 목록에 올랐다. 믹스커피가 그렇다. 지금껏 먹는 즐거움을 우선으로 가리는 것 없이 먹으며 지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음식은 절대 먹지 말아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갑자기 '절대금지'라는 말은 가혹한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래서 조금씩 거리 두기 하는 전략을 세웠다. 당장 이별은 어렵다. 며칠에 한 번씩 믹스커피를 만난다. 그 자리는 각종 차가 대신한다.
며칠 만에 믹스커피를 마신다.
여전히, 나를 위로하는 맛이다.
사진출처 : pixabay-klimkin-coffee-4413194_1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