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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미연이가 너 먹여 살리면서 힘들게 살 거 같아~"
"쟤 마음에 안 든다며!"
작년 한 해 동안 나는 스스로를 깊이 탐구하는 시간을 보냈다. 어떤 삶을 원하는지, 어떻게 그 삶을 이룰지, 그리고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았다.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그만큼 큰 의미가 있었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1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25년 1월 1일, 우연인지 운명인지, 세상은 나를 시험했다.
'정말 성장했는지 볼까?'
여자친구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나는 그녀의 부모님이 나를 탐탁지 않아 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도리를 다하기 위해 조문을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문을 가기 전에 여자친구의 의견을 물었고, 와도 좋겠다는 말을 듣고 늦은 밤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부모님을 뵙는 자리라 긴장도 되었고, 이런 시기에 인사를 드리는 것이 송구스럽기도 했다. 그럼에도 위로를 전하는 것이 도리인 거 같아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옮겼다.
할아버님은 오랫동안 잔병치레를 하셨고, 가족들은 어느 정도 이별을 준비하고 계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장례식장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다. 절차에 따라 조문을 드린 후 식사 공간으로 이동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친인척분들이 많이 계셨고, 나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어머님과 몇몇 친척분들이 내 주변에 앉았다. 어머님을 제외한 다른 분들이 나에게 질문을 건넸다.
"둘이 어떻게 만났니?"
"형제는 어떻게 돼?"
"어디에 사니?"'
그러던 중 한 분이 내게 칭찬을 건넸고, 그 순간,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그럼 너네가 얘 데려가~"
예상했던 차가운 반응이 시작되었다. 이후로 어머님은 나를 탐탁지 않아 한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으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웃으며 넘기고,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척 화제를 돌렸다. 그런 분위기는 내가 떠나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앳되다~ 아직 너무 어리네. 결혼할 때가 아니야~"
"미연(가명)이가 너 먹여 살리면서 힘들게 살 거 같아서 그래~"
"결혼할 생각으로 만나는 건 아니지?"
딸보다 어린 점을 강조하며, 자기 딸의 결혼 상대가 아니라는 의중을 넌지시 전달하셨다.
이만 가보겠다고 일어나는 순간, 큰 아버님이 어머님에게 말했다.
"다 물어봤어? 쟤 맘에 안 든다며!"
마지막으로 정중히 인사했다.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그러자 어머님은 짧게 답했다.
"다음에 볼 수 있을 때나 그런 말 하는 거지."
그리고, 아버님과는 대화를 한 마디조차 나누지 못했다.
나는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 내게는 지난 1년이 커다란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지만, 남들이 보기엔 그저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낸 백수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친구 부모님이 그런 반응을 보이신 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다. 결혼 적령기인 딸이 2년간 만나온 남자가 직장도 없는 백수라니. 어느 부모가 걱정하지 않을까. 거기에 잘 다니던 안정적인 공무원도 그만두었으니 더 철이 없어 보였을지도 모른다.
짐작만 했던 차가운 반응을 직접 겪고 나니 속상했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냉담한 시선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강한 열망이 타올랐다.
'내가 지금은 이런 상황에서도 그저 웃으며 넘기는 게 최선이지만, 반드시 능력을 증명해 상황을 반전시킬 거야.'
그리고, 언젠가 부모님과 함께 그날을 웃으며 회상하리라 다짐했다. '처음 본 그날, 정말 너무하셨다.'라고, '그때 상처받고 포기했으면 어쩔 뻔했냐.'라고 지난날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그렸다.
2025년 시작부터 시험을 당했다. 그리고 스스로 성장했음을 느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무시를 당하고 (그 순간은 참았겠지만) 한동안 분노에 잠겼을 거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불합리한 순간에서도 조금 더 인내할 수 있었고,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2025년, 나는 작년 한 해 동안 얻은 의미를 객관적인 성과로 증명할 것이다. 의미만 찾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그건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집중하고 있는 건 기업에 HR직무로 입사하는 것이다. 사실, 작년 12월 초부터 이력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원래 목표는 1월까지 입사하는 것이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고 있다. 어느덧 이력서는 v8까지 개선했고, 지원한 곳도 30군데가 넘어간다. 번번이 받는 불합격 소식에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잘 될 거라고 확신한다.
주눅 들어도 잠시일 뿐,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더 나은 하루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하루하루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살 것이고, v9, v10, v20... 될 때까지 계속할 의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