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
스티븐 스필버그는 말했다.
"꿈은 너의 뒤에서 조용히 다가온다. 그렇기 때문에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8년간 일했던 공무원을 그만둔 후 스타트업에서 1년 동안 일을 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 있는 동안 내가 공무원을 그만둔 이유가 이건 아니었던 거 같다는 불안을 느꼈다. 동시에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향해 살아가고 있었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
쉽게 답하기 어려웠다. 축구? 음식? 술? 전부 아닌 거 같았다. 단지 취미일뿐 인생을 걸 정도로 좋아하는지 물어보면 그 정도는 아닌 거 같았다. 내 삶을 돌아보니 대부분의 선택을 '당연하게' 했던 거 같았다. 당연히 공부해야 하고, 좋은 직장에 다녀서 미래를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 선택들에 '왜?' 라는 질문을 붙여본 적 없었다.
그래서 1년 동안 나를 찾아보기로 했다. 책을 읽고, 여행을 다니고, 열심히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찾기 위해 무언가를 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말처럼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스스로에게 다시 물었다.
“어땠어?”
곰곰히 생각하다 이렇게 답했다.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목표를 향해 열심히 사는 걸 좋아하는 거 같아."
명쾌한 답은 아니지만, 1년 전과 달리 작은 실마리가 생긴 것 같았다.
그 후 나는 새로운 회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어떤 때보다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내가 원하는 삶을 이루려면 결국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날, 경의선숲길의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머릿속에서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니고, 자문하지도 않았다.
'아... 나는 이렇게 살고 싶구나.'
경의선숲길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숲길의 풍경을 눈에 담고 있었다. 햇살은 따뜻했고, 숲길을 천천히 걷는 사람들, 강아지와 함께 산책 나온 가족들, 숲길 옆 카페에 앉아 커피와 함께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온하게 흐르고 있었다.
"날씨 좋은 날, 가족과 함께 강아지와 산책을 나와서 소소하지만 풍족한 시간을 보내는 것. 그런 시간을 보내며 행복을 느끼는 것. 나는 이런 순간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이 아니라 '어떤 순간'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 순간 속에 있는 '나'가 행복해보였다.
그때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내가 바라는 이 장면을 현실로 만들겠다. 그리고 이런 소소한 순간들을 진심으로 행복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그동안 나는 내가 좋아하는 무엇을 찾았는데, 내가 찾던 답은 '어떤 삶을 선택하며 살고 싶은가'였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오롯이 나한테 달려있다는 걸 깨달았다.
⌜철학은 우리가 비록 운명의 주인이 될 수는 없어도 우리는 우리 자신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우리 앞에 벌어지는 일들을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일지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데카르트의 말이다. 결국 모든 건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인생은 처음부터 내 의지와 관계 없이 흘러가고 일들은 저절로 벌어지기에 우리의 삶은 타자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내 인생의 모든 선택권이 온전히 나한테 있다고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데카르트의 말처럼, 일이 벌어지는 것 자체는 선택할 수 없지만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이후에 어떤 삶의 장면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나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