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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 ㅎㅎ 즐거우세요? 왜 웃어요 진짜 궁금한 건데

우리네 산림 경영, 이대로 괜찮은가


아직 5월 초인데 26도까지 올라가는 미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50년쯤 전보다 6도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고 하더니, 지구가 망해가고 있음이 점점 피부에 와닿는 요즘이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으니 나무라도 심어야 한다. 하루 바삐 산림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무지성으로 나무를 많이 심기만 하면 뚝딱 해결될까?  


기후 위기의 주범은 이산화탄소이다.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먹고 산소를 뱉는다. 그러니까 숲의 면적을 넓히면 이산화탄소가 아무튼 줄어드는 것이 맞긴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산림 면적은 국토의 60%가 넘어가 매우 넓은 편임에도 숲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숲의 면적 자체가 감소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감소한다면, 이건 뭔가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나무도 늙는다는 점이다. 젊은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빠르게, 또 많이 흡수하지만, 얘도 늙으면 언젠가부터 흡수량과 배출량이 같아지는 시기가 온다. 늙은 나무들도 뭐 없는 것보다야 낫지만, 지구 전체가 오늘내일하고 있는 만큼 우리에게 급한 것은 젊은 나무들이다. 


숲은 나이에 따라 영급으로 구분된다. 한 살에서 열 살 사이의 젊은 나무가 대부분인 숲은 1 영급, 11살부터 20살이 많으면 2 영급인 식이다. 나무는 보통 25살에서 30살 사이에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먹는다. 따라서 이산화탄소를 왕성하게 흡수하기 위해서는 2~3 영급의 숲이 많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산림의 대부분은 7~80년대, ‘치산녹화 계획’에 따라 조성된 것이기 때문에 4, 5영급이 대부분이다. 미안하지만 이런 나무들은 베어내고 새로운 나무들을 심어야 한다.  


새로 나무를 심을 때도, 아무거나 막 심어선 도움이 안 된다. 70년대 치산녹화 계획 때 심어진 나무들은 보통 아카시아 나무나, 잣나무 같은 것들이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매우 잘 자라기 때문이다. 이런 나무들이 우리 나무 전체의 4분의 1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데, 얘네들은 탄소를 많이 잡아먹는 나무가 아니라는 사실이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나무 중 가장 많은 탄소를 흡수하는 나무는 상수리나무이다. 새로 심은 나무는 얘처럼 탄소 흡수량이 높은 나무들을 위주로 할 필요가 있겠다. 


베어질 늙은 나무들은 안 됐지만 우리 나무들을 가만히 두고 활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된다. 나무에 저장된 탄소는 나무를 이용해 만든 제품에도 그대로 몇 년 간 저장되어 있는다. 그러니까 이미 탄소를 먹고 있는 나무로 제품을 만들고, 새 나무를 심는 것이 효율적인 것이다. 나무를 심고, 베어 활용하고, 다시 심는 목재의 순환이 지속가능한 탄소 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목재를 국내에서 자급하는 비율이 미미한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나무는 70% 이상이 수입산이다. 


이러한 원인은 임도가 충분히 개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도란 수확한 나무를 옮기거나, 산림을 관리하려고 숲을 왔다 갔다 할 때 쓸 수 있는 도로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임도가 부족해 우리 나무를 벌채하려면 품이 너무 많이 든다. 이에 따라 나무 가격이 올라가게 되고, 값싼 수입 목재만 쓰게 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탄소 순환에 방해가 되며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이다. 물론 임도를 건설하는 데도 적은 돈이 들진 않겠지만, 한 번 크게 투자하는 것이, 오랜 시간 동안 계속 손해를 보고 있는 것보다 보통 이득인 경우가 많다. 


현재 우리나라는 숲이 넓기만 하지, 제대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적극적인 투자와 체계적인 경영으로 우리 숲이 120%의 가치를 창출하기를 기대한다.


Editor. 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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