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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면 감히 뛰어들어

진짜 사랑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Love Dive>


우리 매거진의 이전 글을 읽었다면, 아이브만의 ‘자기애’적 서사가 데뷔곡 <Eleven>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의 히어유아는 이런 서사가 아이브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싱글 1집 <Eleven>을 발매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한 아이브는 4개월 뒤인 2022년 4월, 싱글 2집 <Love Dive>를 세상에 선보였다. 그리고 이 곡은 말 그대로 대박이 터져 멜론 연간 차트 1위를 달성하는 등, 아이브를 최고의 걸그룹 반열에 오르게 했다.  


<Love Dive>에서는 데뷔곡에서 시작된 아이브의 서사를 완벽하게 이어받는 가사가 눈에 띈다. 특히 그중, 우리에게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문구는 아무래도 후렴에 등장하는 아이코닉한 이 한 줄일 것이다. 


 “…Narcissistic, my God, I love it…” -아이브, <Love Dive>


나르시시즘, 사전적 정의로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 정도로 단순히 번역되는 이 단어가 우리 일상에서 실제로 가지는 의미는, 미화된 자기상을 설정하고 이를 대상으로 왜곡된 자기애를 가지는 일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일견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듯 보이는 이 단어는 아이브의 서사 속에서 정반대의 의미로 재탄생한다. 


나르시시즘(Narcissism)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소년 나르키소스의 이야기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미소년 나르키소스는 뭇사람들에게 언제나 사랑받았다. 그러나 받는 사랑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그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 한 요정의 구애를 매몰차게 거부해 버렸고, 요정은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에게 나르키소스를 저주해 달라고 기도했다. 나르키소스는 저주를 받아, 호수에 비친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단번에 사랑에 빠져 버렸고, 호수 속에 있는 자신을 만나기 위해 호수에 몸을 던져 익사하고 말았다. 


아이브의 <Love Dive>는 나르키소스 신화에서 영감을 얻어, 자기애에 빠지는 모습을 물에 빠지는 메타포로 표현하고 있다. 


“… 아름다운 까만 눈빛 더 빠져 깊이

넌 내게로, 난 네게로, 숨 참고 love dive…” -아이브, <Love Dive>


“… 망설일 시간은 … 3초면 되는 걸

원하면 감히 뛰어들어…” -아이브, <Love Dive>


그러나 아이브가 노래하는 나르시시즘의 호수는 결국 그를 죽음으로 이끈 나르키소스의 것과 달리, 더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거울로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이런 자기애의 결과로, 능동적인 사랑을 할 수 있게 된 모습이 그려지는 것이 다음 작품인 <After Like>인 것이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데뷔곡 <Eleven>에서도 같은 메타포가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작사가가 아이브의 서사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 투명한 너와 나의 사이, 가만히 들여다보다

일렁인 물결 속으로, 더 빠져드는 걸…” -아이브, <Eleven>


이 관점에서는 일레븐의 가사 속의 ‘나’와 ‘너’를 서로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와 물에 비친 또 다른 ‘나’로 해석할 여지가 있기도 하다. 이런 새로운 관점에서 <Eleven>의 가사를 다시 한번 감상해 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을 준다. 


아이브의 ‘자기애’는 독립적인 개인의 ‘홀로 됨’을 전제하지 않고, 오히려 타인과의 교감, 그에 따른 성장을 통해 완성되는 능동적인 사랑의 선순환으로 이해된다. <Eleven>은 데뷔곡이니만큼 타인이 주는 사랑을 통해 성장함으로써 비로소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는 상황, 즉 이러한 선순환이 시작되는 단계를 다루고 있다. 한편, 후속곡 <Love Dive>는 이 자기애가 완전히 자리 잡아, 나르시시즘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자신에게 푹 빠지는 상황을 노래한다. 이러한 자기애의 서사는 <After Like>에 이르러, 자기애를 밑거름으로 솔직하고 능동적으로, 동시에 건강하고 진취적으로 타인을 사랑할 수 있게 된 화자의 모습이 그려짐으로써, 아이브만의 ‘나르시시즘 트릴로지’가 완성되는 것이다.


Editor. 류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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