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의 <좋은 날> 가사 속 담긴 숨은 이야기
2010년 발매된 아이유의 ‘좋은 날’은 가히 당해 최고의 히트곡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화제성을 가졌었다. 전국의 모든 ‘오빠’들의 가슴을 뛰게 만든 당찬 가사 한 줄, “나는요 오빠가 좋은 걸 어떡해”. 그렇다면 과연 18살 소녀의 이토록 사랑스러운 고백은 어떤 결말을 맞았을까? 그녀와 그녀의 ‘오빠’는 행복한 사랑의 결실을 맺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유는 그 사랑하는 ’ 오빠‘에게 깔끔하게
작사를 맡은 김이나 작가는 가사의 첫 줄부터 이미 이 젊은 남녀의 슬픈 말로를 복선해 두었다. 노래는 아이유가 어쩜 이렇게 하늘은 더 파란 것이며 또 오늘따라 왜 바람은 더 완벽한지, 눈치도 없이 산뜻한 탓에 자신을 더욱 처량하게 만드는 날씨를 원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성에게 차인 경험이 있다면, 숨 막히는 어색함을 벗어나기 위 해 “그냥 모르는 척, 하나 못 들은 척, 지워버린 척, 딴 얘길 시작할까” 하는 고민을 해본 적이 있지 않은가? 다만 “아무 말 못 하게 입 맞출까”까지 생각해도 되는 것은 아마 아이유니까.
그렇다면 오빠는 왜 아이유를 차버린 것일까? 새로 바뀐 머리가 별로였던 걸까? 아니면 입고 나왔던 옷이 실수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활동 당시 아이유의 스타일링은 이러한 가사의 내용을 훌륭히 표현하고 있다. 18살 소녀에게는 자칫 어울리지 않을 정장 원피스, 과하게 짙은 아이라인과 단아한 생머리. 어른스러운 오빠에게 어울리는 여자 가 되고 싶어 어색하게 따라한 티를 숨길 수 없다. 만약 이런 가벼운 실수 때문이었다면 아직 모르는 척, 기억 안 나는 척, 아무 일없던 것처럼 굴어보면 다시 돌이킬 수 있지 않을까? 그냥 나가자고 얘기하는 건 어떨까?
하지만 매정한 오빠는 이런 아이유를 보고도 그런 슬픈 말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어린 그녀는 철없는 건지 조금 둔한 건지 믿을 수가 없는 모양이다. 결국 눈물은 나 오는데 활짝 웃으면서, 어색한 자리를 피하려는 오빠의 앞을 막고서 막 크게 웃으면서, 내가 왜 이러는지 부끄럼도 없는지, 자존심은 곱게 접어 하늘 위로 날려버리고, 한 번도 못했던 말을, 어쩌면 다신 못 할 바로 그 말을 해버리고 만 것이다.
아이유가 고갤 들어 흐르지 못하게 살짝 웃어야만 할 정도로 차오른 눈물은, 사랑이 이루어진 감동과 기쁨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었다. 외려 내게 왜 이러는지 무슨 말 을 하는지 그저 원망스러울 뿐인 오빠 때문이었겠지. 오늘 했던 모든 말 저 하늘 위로 날려버리고만 싶은 기분이 든 그녀가 단 한 번도 못했던 말, 울면서 할 줄은 몰랐던 말, 그 말은 바로,
“나는요 오빠가 좋은 걸 어떡해”
Editor. 류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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