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가 중요하다!
대체로 음양의 관건은 양이 빽빽하여 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1 음과 양의 균형이 깨지면 마치 봄이 지나 가을이 없음과 같고, 겨울이 지나 여름이 없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음과 양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이를 ‘뛰어난 방법[聖度]’2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양이 강하여 빽빽할 수 없으면 음의 기운이 끊어진다.3 음이 고르고 양이 닫고4 있으면 정신5이 다스려진다. 음과 양이 서로 동떨어지면6 정기(精氣)가 끊어진다.7
凡陰陽之要, 陽密乃固. 兩者不和, 若春無秋, 若冬無夏. 因而和之, 是謂聖度. 故陽强不能密, 陰氣乃絶. 陰平陽秘, 精神乃治. 陰陽離決, 精氣乃絶.
1. 양이 견고하게 바깥을 잘 지키고 있어야 음이 안에서 안정되게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다.
2.성인 성(聖) 자에는 ‘뛰어나다’는 뜻이 있다. 법도 도(度) 자는 ‘헤아리다’, ‘방법’이라는 뜻이 있다.
3. 양이 바깥을 단단하게 지켜주지 못하면 음이 소진된다는 뜻이다.
4. 대부분의 역주자들은 원문 숨길 ‘비(秘)’ 자를 빽빽할 밀(密) 자로 해석했다. ‘양이 빽빽하다’는 것이다. 비(秘) 자에 ‘닫다’는 뜻이 있다. 음의 기운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고르고, 양이 밖을 잘 지켜서 닫혀 있으면 정신이 다스려진다.
5. 정신(精神). 정(精)은 음에서 나온 것이고, 신(神)은 양이 변화[化]한 것이다. 음과 양이 정상적으로 제 기능을 다하면 정과 신 또한 정상이 된다는 뜻이다.
6. 원문 떨어질 리(離). 결단할 결(決) 자에는 ‘끊어지다’, ‘헤어지다’는 뜻이 있다.
7. 정(精)은 음이고, 기(氣)는 양이다. 양이 밖을 단단하게 지키지 못하고, 음이 정(精)을 간직하여 기(氣)를 일으키지 못하여, 음양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정과 기가 끊어진다.
바람에 드러나게 되면 한열(寒熱)1이 생긴다. 이런 까닭에 봄에 바람에 몸을 상하면, 나쁜 기운이 오랫동안 머물러 막혀서,2 설사를 하게 된다.3 여름에 더위에 몸을 상하면, 가을에 학질4에 걸린다. 가을에 습에 몸을 상하면, 위로 기가 역류하여 기침을 하고,5 위궐6이 생긴다. 겨울에 추위에 몸을 상하면, 봄에 반드시 온병7에 걸린다. 사계절의 <나쁜> 기운은 교대로8 오장을 상하게 한다.
因於露風, 乃生寒熱. 是以春傷於風, 邪氣留連, 乃爲洞泄. 夏傷於暑, 秋爲痎瘧. 秋傷於濕, 上逆而欬, 發爲痿厥. 冬傷於寒, 春必溫病. 四時之氣, 更傷五藏.
1. 한열. 오한과 발열 증상을 합쳐서 이르는 말이다. 한증과 열증은 음양이 한쪽으로 치우쳐, 성하거나 약해져서 생긴다. 양이 이기면 열이 나고 음이 이기면 한이 생긴다.
2. 원문 ‘유연(留連)’은 앞에서도 나왔었다. ‘유체(留滯)’이다. 머무를 ‘유(留)’는 ‘오래다’는 뜻이 있다. ‘체(滯)’는 ‘막히다’는 뜻이다. 시간이 오래 지나 막힌다는 뜻이다.
3. 골 동(洞) 자에는 ‘설사하다’는 뜻이 있다. 샐 설(泄). 원문 ‘동설(洞泄)’은 음이 성하여 안에서 한(寒)이 생김으로 인해 발생하는 설사를 가리킨다.
4. 해학(痎瘧)은 학질이다.
5. 기침 해(欬).
6. 마비될 위(痿). 위증(痿症)은 몸의 근맥이 이완되고 팔다리의 피부와 근육이 위축되면서 약해져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병증이다. 궐증(厥症)은 기혈이 거꾸로 흘러 손발이 차가워지는 병증이다.
7. 온병은 외감 열병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8. 고칠 경 다시 갱 ‘更’의 중국어 발음은 ‘geng’인데, 고칠 경의 뜻으로 쓰이면 1성으로 발음되고, 다시 갱으로 쓰이면 4성이다.
음의 기운이 생겨나는 것은 본래 오미(五味)1에 있는데, 음인 오장(五臟)[五宮]2은 오미에서 다친다. 이런 까닭에 신맛이 지나치면 간의 기운이 넘치고, 비장의 기운이 끊어진다.3 짠맛이 지나치면 큰 뼈들이 기가 지치고, 살이 움츠러들며, 심장의 기운이 이로 인해 억눌린다.4 단맛이 지나치면 심장의 기운이 숨이 차서 가슴이 몹시 벌떡거리고,5 낯빛이 검게 되며, 신장의 기운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 쓴맛이 지나치면 비장의 기운이 촉촉하지 않고, 위장의 기운이 두터워진다. 매운맛이 지나치면 근막과 경맥이 막히고 느슨해지며, 정신이 해를 입는다.6 이런 까닭에 오미가 조화를 이루도록 부지런히 힘쓰면,7 뼈가 바르고 근막이 부드러워지며, 기와 피가 잘 흐르게 되고, 살결이 촘촘해지니,8 이와 같이 하면 기와 뼈가 최상의 상태[精]9가 되고, 양생의 방법을 자연의 법칙처럼 <받들어> 부지런히 힘쓰면, 길이 천명을 누리게 된다.10
陰之所生, 本在五味, 陰之五宮, 傷在五味. 是故味過於酸, 肝氣以津, 脾氣乃絶. 味過於鹹, 大骨氣勞, 短肌, 心氣以抑. 味過於甘, 心氣喘滿, 色黑, 腎氣不衡. 味過於苦, 脾氣不濡, 胃氣乃厚. 味過於辛, 筋脈沮弛, 精神乃央. 是故謹和五味, 骨正筋柔, 氣血以流, 腠理以密, 如是則氣骨以精, 謹道如法, 長有天命.
1. 오미는 신맛[酸], 쓴맛[苦], 단맛[甘], 매운맛[辛], 짠맛[鹹]이다.
2. 고대에는 오장(五臟)을 정기(精氣)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는 뜻에서 ‘오장(五藏)’이라 썼다. 후대에 와서 ‘장(藏)’ 자가 물건을 보관하는 곳을 뜻하는 글자로 쓰이자 이와 구별하기 위해 ‘오장(五臟)’이라 쓰게 되었다. ‘궁(宮)’은 집이란 뜻이다. 정기를 간직하고 있는 집이란 뜻에서 ‘오궁(五宮)’이라 했다.
3. 나루 진(津)은 ‘넘치다’는 뜻이 있다. 오행에서 간은 나무[木]이고, 비장은 흙[土]인데, 목이 토를 이기므로, 간의 기운이 왕성하면 비장의 기운이 약화된다. 신맛은 간과 함께 나무에 속한다.
4. 짠맛은 신장으로 들어가는데, 짠맛이 지나치면 신장을 상하게 한다. 신장은 뼈를 주관하기에, 신장이 나빠지면 뼈가 상한다. 오행에서 신장은 물[水]이고, 물은 불[火]을 이기므로, 물인 신장이 불인 심장을 이기므로, 심장이 억눌린다.
5. 원문 ‘천만(喘滿)’. 숨찰 천(喘), 찰 만(滿). 숨이 차서 가슴이 몹시 벌떡거리는 것을 뜻한다.
6. 석곡 선생은 가운데 앙(央)자를 재앙 앙(殃)으로 해석했다. 재앙 앙 자에는 ‘해치다’는 뜻이 있다. 매운맛은 폐로 들어간다. 폐는 오행에서 금속[金]이고, 금속은 나무를 이기는데, 간이 나무에 속하고, 간은 근막과 경맥을 주관하며, 나무인 간이 금속인 폐에 지니, 근막과 경맥이 느슨해지고, 정신이 해를 입게 된다.
7. 이 단락에는 두 군데에 삼갈 ‘근(謹)’ 자가 있다. 근 자에는 ‘공경하다’, ‘부지런히 힘쓰다’는 뜻이 있다.
8. 위에서 살펴본 것을 복습하자면, 오미가 조화를 이루어 오장이 좋아지면, 신장이 주관하는 뼈가 바르게 자리 잡고, 간이 주관하는 근막과 경맥이 부드러워진다. 또한 폐가 주관하는 기와 심장이 주관하는 피가 순조롭게 통하고, 비장이 주관하는 살결이 촘촘해진다.
9. 원문 정할 ‘정(精)’에는 ‘완전하여 결함이 없다’ 또는 ‘가장 좋다’는 뜻이 있다.
10.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이 있다. 병을 낫게 하는 약과 우리가 먹는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뜻이다. 제철 음식이 보약이다. 동아시아의 옛 사람들은 음양오행에 근거하여 사계절에 맞는 식재료를 제시하고 있다. 요즘은 음식에 계절의 구별이 없다. 《황제내경》의 저자는 자연과 인간의 몸을 연결시켜, ‘도법자연’을 강조한다. 자연의 흐름에 어울리는 섭식을 하면 천명을 누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