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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곧을 정 하늘 민 Oct 11. 2024

초보 작가 지망생의 글쓰기

 


 어디선가 장소가 주는 힘이 강하다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베테랑 작가들이나 떠날법한 ‘글쓰기 여행’을 떠난 적이 있더랬지. 비록 어디 거창한 곳도 아니고 1박 이상의 숙박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닌 당일치기 공항 여행이었지만, 세계 각국으로 흩어지는 사람들의 설렘 속에서 나조차 어딘가로 떠날 것만 같은 부푼 마음으로 생각의 전환을 하기 충분하더랬다. 


 혹여나 누가 볼까 글씨체를 한껏 작게 하고서는 구석에 쪼그려 앉아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새삼 정말 작가가 된 것 마냥 어깨도 으쓱해지고, 커피 맛도 좋으니 덩달아 기분도 좋아졌었다. 그렇게 글을 쓰던 중 문득 든 생각은 ‘아, 나는 글을 쓰는 내 자신을 좋아하는구나.’였다.


 ‘글을 쓰는 나’라... 

조금 우습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어릴 적부터 마냥 동경하던 시 쓰고, 글 쓰는 삶을 내가 감히 살아볼 수 있을 것인가. 내 삶을 과연 내가 선택할 자유가 있는 것일까. 그 고민으로 지난 수개월을 고민했던 나는 그저 업으로 삼지 않아도 된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시작이라도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글쓰기로 내가 좋아하는 것의 실체에 한 발자국 나아가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내가 원하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는 것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 번 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들이 때론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글을 쓰는 것은 재미있었고, 황금같은 퇴근 후 시간을 모두 할애해도 아깝지 않을 만큼 내게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만약 작가가 된다면,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나의 글을 읽고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갖게 되길 원하는가. 고민해 보았을 때, 세상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 이런 아픔을, 이런 웃음을 지닌 사람도 있구나. 간접적으로 나 자신을 드러내며, 그들의 생각의 지경을 넓혀주는 일. 그리고 나의 생각을 통해 그들에게 경이감을 심어주고, 이전에 없었던 새롭고 독특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고 싶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언가 거창한 것을 원하진 않는다면서 결국 꽤나 거창해 보이는 업적을 이루고 싶어 하는 나를 보며 결국 사람의 타고난 성향이 변하지 않는다는 우스운 마음과(원래 초등학교 시절 꿈이 ‘세계 최고가 되자’였다.) 그래 이게 나지 하며 이런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생겨나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언젠가 내 글로 단 몇 사람의 생각이라도 바뀌고 또 그들이 세상을 보다 좋은 곳으로 바꾸어 나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글쓰기는 내게 있어 가장 의미 있는 일이 될 텐데. 

 글쓰기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넘어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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