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고 무료한 월요일.
식탁에 앉아 고요한 시간을 가지며 딸기와 함께 커피를 마신 적이 있다.
한 여섯 알쯤 씻어 작은 종지에 어여삐 담은 후 어제 마시다 남은 블랙베리 커피와 곁들이니 꽤나 맛이 좋았더랬다.
딸기를 몇 알씩 먹다 보니 어느덧 접시는 빈 그릇이 되었고, 잠시 딴짓을 하던 나는 고개를 숙여 책과 가까이할 때마다 풍겨오는 달큼한 향기에 코를 킁킁대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맡아도 선명한 딸기 내음이었다.
‘참 달큼하고 향기롭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다른 생각,
‘나도 내가 머물렀던 자리에 이런 향기를 남길 수 있을까?’
딸기는 딸기향을 남기고, 꽃들은 저마다의 향을 내뿜는데
나는 과연 어떤 꽃과 열매가 되어 주변을 향기롭게 할 수 있을까
혹여나 남들에게 악취를 풍기지는 않을까
미처 정리하지 못한 나의 해묵은 감정들이 속에서 곪아 다른 이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이 생각을 물고 와 이리저리 소용돌이치는 생각의 회로에 갇혀버리기 직전,
결국 또다시 좋은 사람이 되고 말겠노라 다짐을 하고서야
다시 커피 한 입. 목을 축인다.
그렇게 딸기 하나에 오늘도 인생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