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손

판타즈마고리아-9

by 한운후


미하, 내 아내. 그녀는 지금 도시락 모양의 광택이 흐르는 검은 SUV 앞에서 한밤중에도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남자들과 얘기를 나눈다. 검은 양복차림의 그들은 보통 한바탕 소동이 마무리된 후 다시는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믿음직한 언약을 건넨다. 다시 일본식 도시락처럼 생긴 차에 올라타면, 남아있는 사람들은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멀어지는 멋지고 빨간 후미등을 응시하며 말을 멈춘다. 이 영화도 이제 결말에 이르는 단계에 접어드는 것 같다. 미하가 내게 다가온다. 내 머리의 붕대를 풀고 다시 감아준다. 오른쪽 눈썹도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이 여자의 손엔 마취제라도 든 것인지 전혀 아프지가 않다. 그녀의 손이 내 귀를 만지면 나는 눈을 감고 손목 냄새를 맡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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