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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Cinema Aphorism_185

-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85

by 김정수

CA921. 이원석, 〈상의원〉(2014)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옷(衣)’이다. 상의원의 ‘상’이 ‘尙(높일·숭상할 상)’인 이유. 상의원(尙衣院). 옷을 만드는 사람은 스러져 가도 옷은 남는다. 또는 옷에 대한 비전이 남는다. 제자의 비전을 스승이 잇는다는 역설, 또는 역류. 사제(師弟)가 아니라 제사(弟師)의 이야기.


CA922. 허진호, 〈천문〉(2019)

왕조 시대 과학자의 운명. 신분제 사회 과학자의 처지. 조선시대 거의 유일했던 진정한 황금 시기(Golden Age)의 초상. 총애와 충성의 사이. 사랑과 연민의 심리학. 은혜와 보은의 정치학. 세종이 싸웠던 것, 장영실이 추구했던 것. 또는, 세종이 추구했던 것, 장영실이 싸웠던 것.


CA923. 엄유나, 〈말모이〉(2019)

말(言)을 지키기 위한 사투의 어처구니없음. 그렇게 지켜낸 우리 한글이니까 한글 사랑에는 신성불가침의 넉넉한 명분이 있다. 모으는 것이 곧 지키는 것이 되는 메커니즘. 모았으니, 남는 것은 그걸 잃지 않는 것. 또는, 잊지 않는 것.


CA924. 조철현, 〈나랏말싸미〉(2019)

가려진 기원에 대한 상상이 저지를 수 있는 오류, 또는 지나침. 하지만 한글 또는 훈민정음은 인류 언어사 또는 문자사에서 유일하게 ‘밝은 기원’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CA925. 채드 스타헬스키 & 데이비드 리치, 〈존윅〉(2014)

상실의 아픔과 슬픔에 대한 모욕은 아주 간단한 모양새로 일어난다. 그래서 그 모욕에 대한 복수는 그대로 등신대의 응징이 된다. 복수가 응징이 되는 냉엄한 대차대조표. 이에 대면 ‘긴밀한’ 권총 액션과 대량 살상은 부차적인 문제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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