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오랫동안 방치하고, 또 방치한 내 몸.
이제 몸에 점점 이상 신호들이 오기 시작했다.
그 시작점은 바로 '다낭성 난소 증후군' 진단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월경 불순, 다모증(털이 많이 나는 것), 비만, 불임 등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한약 다이어트 실패 후, 여전히 신나게 먹던 어느 날.
월경이 거의 6~7개월 멈추었다.
사실 그전에도 월경이 불규칙적이긴 했었다.
그런데 1~2개월 지나면 하는 편이라,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불규칙적이라면 반드시 신경 써야 한다. 나는 너무 내 몸을 방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주기가 상당히 길어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정말 가기 싫은 '산부인과'에 내원하였다.
산부인과에 가서 이런저런 내 증상들을 얘기했다.
그러더니 의사가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라고 했다.
너무 당황해서 "네? 다낭성.. 뭐요?"라고 심각하면서도 어이없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러자 의사는 주로 비만 환자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나한테 꼭 살을 빼야 한다고 진심 어린 충고를 해줬다.
병원에 나와서 한동안 멍했다.
내가 '다낭성 뭐라니...'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진단은 나에게 당혹감을 주었다.
그 자리에서 집에 가지도 않은 채 열심히 검색하기 시작했다.
어쩐지 어느 순간부터 다리나 팔에 심지어 배에도 털이 나기 시작했었다.
특히 다리는 털이 과하게 많아서 가족들이 경악할 정도였다.
나는 털을 밀어서(제모해서) 많이 자라게 된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털이 자라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질환은 딱히 치료법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모두 다이어트, 즉 '체중감량'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너무 충격받아 진짜 이번엔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경각심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망각하는 존재이던가... 아니면 내가 특별히 망각 능력이 뛰어난 것인가.
약을 먹고 월경이 나름 규칙적으로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먹어대기 시작했다.
이 다낭성 난소 증후군 또한 나의 무지막지한 식탐을 막을 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