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나는 내 몸을 방치한 대가로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선물(?) 받았다.
그다음 선물은 바로 '대사증후군'이다.
대사 증후군이란 '여러 가지 신진대사와 관련된 질환이 동반된다'는 의미이다.
쉽게 말해 비만이면 걸리는 질환이다.
고혈압, 당뇨병, 복부 비만 등 온갖 성인병의 원인이라고 보면 쉬울 것이다.
나의 건강검진은 지난 몇 년간 화려하게 장식되었다.
BMI 30 이상(정상은 18.5~24.9)은 기본이고 고혈압, 단백뇨 의심, 간기능 이상 의심 등등...
이건 분명히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명확한 증거이다.
아니, 이 젊은 나이에 이렇게나 많은 질환이 있다니...
나는 새삼스럽게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사실 항상 건강검진이 두려웠다.
왜냐하면 무거워진 내 몸을 알고 있었고, 또 어떤 결과로 무시무시한 질환이 나올지 무서웠다.
그래서 미룰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미루다가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사증후군 진단은 몇 년 동안 계속 받았던 것 같다.
우편으로도 오고, 메일로도 오고, 포털 문서함에도 오고...
각종 알림이 나의 건강상태에 대해 경고했다.
새빨간 색으로 표시된 ‘대사증후군’이 나의 몸에 사이렌을 울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대사증후군 또한 그때뿐이었다.
건강검진 전날과 당일 그리고 건강검진 결과받는 날.
이 날에는 경각심과 초조함을 느끼고, 이젠 정말 살 빼야겠다는 독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또 며칠이 지나면 그대로 돌아오곤 했다.
이 지독한 생활습관을 고치기가 너무 힘들었다.
이제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생각하기도 싫었다.
그냥 이대로 살고 죽자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먹고 싶은 것 다 먹으면서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 말을 되새기며 끝없는 자기 합리화를 했다.
나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다낭성 난소 증후군, 대사증후군을 진단받았다.
하지만 병원의 도움도, 다이어트 전문가의 도움도, 하다못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동영상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뭔가를 찾아보기는커녕 내 몸을 방치할 뿐이었다.
아니, 포기했다는 말이 더 적절한 것 같다.
숨이 막힐 정도로 쪄버린 살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빼야 할지 너무 막막했다.
비대해져 가는 몸과 마음, 그리고 각종 증후군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또 여전히...
식탐을 끊을 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