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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다연 Jun 28. 2024

제18장. 초고도비만인 나의 모습은 어땠나? (1)


그렇게 또 몇 년 간을 내 몸을 포기 및 방치하며 살았다.

각종 증후군을 간직하면서 뚱뚱한 채로, 초고도비만인 모습으로 계속해서 삶을 유지해 나갔다.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는 지더라...)


사실 나는 내가 뚱뚱하다는 걸 직접적으로 확 깨닫기 다소 어려웠다.

(그러니까 뚱뚱한 건 알았는데, 당장 살을 빼야겠다는 지속력을 가지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물론 몸무게는 앞자리가 많이 바뀌었지만, 겉모습은 그렇게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가족 외에는 나에게 뚱뚱하다고 직언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신거울 또한 보지 않고 살기도 했고, 괜찮겠지 라며 매번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살았다.

그래서 직접적인 심각성을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미칠 정도로 불편하진 않은데 은근히 불편한 그런 것.

마치 노트북에 마우스 없이 키패드로 쓰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그런 느낌처럼 나는 초고도비만이 되고 나니 일상 속에 작고 큰 불편한 변화가 있었다.




첫째, 옷쇼핑이 재미가 없었다.

가게에 가도 사이즈 때문에  늘 전전긍긍했다.


그래서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디자인보다는 사이즈에 맞춰 옷을 사 입었다.

나에게 패션 감각은 이미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

그저 이 옷이 내 몸에 맞냐 안 맞냐가 제일 중요했다.


역시나 초고도비만이 되니 복부랑 허벅지 쪽에 살이 제일 많이 붙었다.

그래서 바지 사이즈가 맞는 게 없었다.

고무줄 바지 외에는 기존 사이즈 바지가 정말 단 하나도 맞지 않았다.


충격적이었고,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자괴감이 들었다.

그래서 옷 사러 가는 것 자체가 나에겐 일이고 스트레스였다.


온라인으로 쇼핑할 때면, 늘 ‘빅사이즈’를 검색해서 찾아보곤 했다.

도저히 기성복 프리 사이즈는 엄두도 나지 않았다.

옷 입는 순간 배나 허벅지에 끼여 결국 쓰레기통으로 향하게 되니까.


예전엔 옷쇼핑도 좋아하고, 아이쇼핑도 즐겨하는 편이었다.

길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산다는 것 자체가 일상이었다.


하지만 살이 찌고 나서부터 쇼핑을 즐기기보다는 뚱뚱한 몸에 맞춰 사기 급급했다.

그러다 보니 쇼핑에 재미가 없어졌고, 쇼핑할 때마다 속상했다.


그래서 단벌신사처럼 늘 같은 옷만 입고 다녔다.

(사이즈도 사이즈인데, 먹는 데 돈을 너무 많이 소비해 옷살 돈도 풍족하진 않았다.)


오죽했으면 부모님이 제발 옷 좀 사 입으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나는 그렇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잃어갔다.


출처: Pixabay


둘째, 회사에서 자신감이 없어지고 사람을 기피하게 되었다.

입사 때 보다 몸이 많이 불어난 것을 나도 알고, 아마 회사 사람들도 알았을 것이다.


내 몸이 무거워지고, 자주 내 모습을 자각하게 되니 점점 회사에서도 자신감이 없어졌다.

사실 살이 찌고나서부터는 꾸미지도 않고, 늘 비슷한 옷을 입고 다녔다.

그래서 사람을 업무적으로 대할 때, 내가 뚱뚱해서 냄새나진 않을까, 내 이런 모습 때문에 업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지 않을까 등등 수많은 걱정거리가 생기게 되었다.


내부 사람은 그나마 나를 아니까 다행인데, 외부 사람을 만나는 건 꿈도 못 꿨다.

만약에 외부로 사람 만나러 가는 일이(잘 없긴 하지만) 생기면 어떡하나 늘 두려웠다.


업무적으로 나를 처음 만나는 사람은 나의 초고도비만인 이 모습 그대로 받아들일 테니까 말이다.

나 하나도 이렇게 관리가 안되는데, 일이라고 잘할까 의심할까 봐 두려웠다.

나를 게으르고, 일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할 것 같았다.


이런 뚱뚱한 외관 때문에 회사사람들과의 모임도 가기 싫어졌다.

저녁 모임이 있을 때도 또 한가득 걱정거리를 안고 갔다.


혹시 내가 너무 게걸스럽고 급하게 먹으면 어쩌나,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저렇게 많이 먹으니 살이 찌지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래서 사람을 피하게 되었고, 차라리 방구석에서 혼자 먹는 게 마음이 편했다.


출처: Pixabay


어떤 날은 이런 적이 있었다.

회사 직원끼리 저녁 모임을 가진 날이었다.

어쩌다 참석하게 되었는데, 내가 어떻게 보일까 너무 두려웠던 나머지 평소 먹던 양보다 훨씬 적게 먹었다.


그런데 집에 오니 너무 허기가 졌다.

사람들과의 대화를 곱씹으며, 또 스트레스를 받았고 거기다 양이 안 차 배까지 고픈 상황이었다.

예민하고 짜증이 나서 못 참고 또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차라리 안 가는 게 나았으려나?

나는 그날 2번의 저녁을 먹고 나서야 잠이 들 수 있었다.


나는 이런 내 모습에 자신감도 없고, 사람 눈치를 많이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을 피하게 되었다.

이 외에도 나머지 2가지는 다음 제19장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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