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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다연 Jun 07. 2024

제15장. 앞자리 9인 9질9질한 나



한약 다이어트 실패 후 앞자리 '9'를 벗어나기가 좀처럼 힘들었다.

아마 내 기억에 직장 생활 시작한 이래 제일 오래 유지한 체중이 90kg~97kg일 것이다.


앞자리 9라는 숫자에 아무리 적응이 되었어도, 가끔 끔찍한 현실을 마주하곤 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나 예전 옷이 들어가지도 않는 것, 살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것 등등...

나는 현재 초고도비만이고 뚱뚱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의 날씬, 아니 통통하기라도 한 내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통통했던 시절도 앞자리 9에서는 아주 날씬한 편이었다.


물론 이런 심각성을 느껴 중간중간 혼자서 여러 가지 다이어트를 시도해 보았다.

야채와 과일을 먹는 다이어트, 등산 다이어트, 간식 줄이기 등등...

하지만 조금 빠지다가도, 금방 다시 돌아오곤 했다.


'항상성'은 하는 몸이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의미한다.

더 빠지려는 찰나 나는 항상 배고픔을 즐기지 못했다.

'하루만 먹지 뭐'라는 안일한 생각이 항상성에게 항상 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몇 년 동안 월요일이 되면 다이어트 욕구가 샘솟았다.

그래서 월요일 저녁은 가볍게 먹고, 화요일도 나름 가볍게 먹었다.(그런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절대 가벼운 식단은 아닌데, 이 시절에는 양을 조금 줄이는 것만으로도 가볍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목요일, 금요일이 되면 또 스트레스 분출 명목으로 야식을 먹고...

또 주말에는 완전히 예전 습관으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러다 또 월요일 되면 다이어트 파이팅! 주말이 다가오면 다이어트 포기...

지겹도록 반복되는 (말만) 다이어트의 굴레에서 살았다.


나는 그렇게 살이 더 찌게 되었고, 365일 다이어트 생각(시도)만 하는 사람이 되었다.

거기다 자신감까지 완전히 잃어버렸다.

살이 찐 날 동료들이 어떻게 볼지, 가족들이 실패한 나를 보고 실망하진 않을지...

복잡한 감정이 뒤섞였다.



출처: Pixabay


나는 어느 순간 사람 만나기가 꺼려지게 되었다.

친구와 만나지 않는 건 기본이다. 만나자 해도 핑계를 대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심지어 가족들 보는 것도 1년에 2번 정도밖에 보질 않았다.


하지만 더 실망스러운 건 '나 자신'이었다.

거울을 볼 때 퉁퉁하게 살이 쪄버린 얼굴과 몸.

처음엔 화장도 하고 다녔지만, 이젠 화장도 안 하는 초췌하고 뚱뚱한 내 얼굴.

기성복 옷도 맞질 않아 이젠 빅사이즈를 찾아다녀야 하는 내 몸.


살이 쪘을 뿐인데 많은 게 불편하게 변해있었다.

인생 그 자체가 아니, 나 자신이 구질구질하게 느껴졌다.

왜 사는지도 모르겠고, 앞으로 희망도 없고, 이 살들은 다 어떻게 빼나 막막하고...

한동안 절망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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