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한약을 띄엄띄엄 먹게 되었다.
하루 3포를 먹어야 하는데, 하루에 1포 먹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식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 어느 것도 나의 식탐을 막을 순 없었다.
그렇다, 나는 또 고칼로리 음식을 입에 넣기 시작했다.
이때 나의 심리는 회사 스트레스 + 한약에 대한 보상심리로 인해 전보다 더욱더 식욕이 폭발했다.
한약을 안 먹는 게 나았을까? 핑계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어 식욕의 가속도를 붙여 주었다.
억눌렀던 2가지가 무너지는 댐처럼 나를 덮쳤다.
실제로 약을 먹으면서 고칼로리 음식을 먹으니 살이 찌진 않았다.
그런데 그렇다고 빠지지도 않았다.
그 상태 그대로 유지만 시켜주었다.
점차 한의원 가는 날엔 살이 하나도 안 빠져 있어 조금 민망했다.
담당자 분도 1~2번 잔소리하더니 다음부터는 포기하셨다.
나도 담당자도 어차피 약만 타가면 되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결국 6개월 정도 결제했던 한의원을 5개월만 하고 중단했다.
먹고 싶은 욕구를 참기도 힘들고, 약도 역해서 더 이상 진행하고 싶지 않았다.
돈은 좀 날렸지만, 어느 정도 빠졌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한약을 완전히 끊었다.
나는 한약 다이어트를 하기 전과 똑같이 먹는 습관은 그대로였다.
여전히 고칼로리 음식을 좋아하고 즐겨 먹었다.
한약을 끊으니 요요가 빠르게 왔다.
앞자리 8이던 내가 1달도 안되어서 9로 넘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나는 먹는 행위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이상한 보상 심리가 계속 남아있어 음식이 포기가 되지 않았다.
사실 배가 고파서 먹는다기 보다는 심리적 문제로 인해 먹었다.
계속 먹고 먹고 또 먹어서 결국 몇 개월 만에 97~98kg까지 쪘다.
체중계에 올라 이 숫자를 봤을 때는 너무 충격받았다.
말짱 도루묵, 이 말이 이 상황에 딱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때뿐, 이 숫자에 계속 둔감해지기 시작했다.
한약 다이어트를 해서 오히려 하기 전보다 살이 더 찌게 되었다.
그렇게 한약 다이어트는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
실패의 원인은 고치지 않은 '식습관'이라 생각한다.
하루 3~4끼씩 먹고, 간식까지 챙겨 먹으면서 많은 양을 몇 년 동안 먹고살았다.
그런데 갑자기 약으로 한 번에 바꾸려 하니 지속적인 다이어트가 불가능했다.
식욕 억제제를 먹으니 자연스레 먹는 양이 확 줄게 되었다.
하지만 그걸 평생 지속할 수 있었을까?
아니, 한약의 힘으로 잠깐은 될지 몰라도, 약을 중단하고 나서는 답이 없었다.
나는 한약을 먹으면서도 '~~ kg 되면 ~~ 먹어야지!'라는 먹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식습관을 바로 고치지 않은 채 먹는 양만 줄었을 뿐이었다.
그것도 일시적인 한약의 힘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