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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다연 May 24. 2024

제13장. 한약 다이어트 도전기


회사에서는 2년마다 한 번씩 건강검진을 의무적으로 한다.

나는 첫 입사 때 건강검진을 받고, 2년에 1번씩 받게 되었다.


사실 그때마다 체중을 확인했다.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앞자리가 계속 바뀌어 있었다.


회사생활 한지 한 4년 차쯤에 앞자리 9를 찍고, '고혈압'이 왔다.

그렇다. 나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고혈압을 진단받았다.

고혈압은 어르신들의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처음에는 체중계의 숫자도, 고혈압 진단도 충격이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식사 조절을 하고, 저녁에 퇴근하고 나서 30분이라도 걸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망각하는 존재이던가.

1달 정도 지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돌아왔다.

당장은 죽는 것도 아니고, 사는 데 별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매일 배고픔을 참기 힘들뿐더러 스트레스 분출을 못하니 심적으로 힘들었다.

버티기가 힘들어 결국 (잠깐의) 다이어트 포기 선언을 했다.




그러다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게 되었다.

부모님은 깜짝 놀라셨다.

한때 열심히 운동하고 다이어트를 했던 내가 이렇게 까지 살이 찔 줄 몰랐던 것 같다.


한참 이쁜 나이에 뚱뚱하게 살이 찐 내 모습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으셨던 것 같다.

그래서 제발 살을 빼라고 애원하셨다.


나는 부모님의 모습에 흔들렸다.

그래서 '한약 다이어트'를 생전 처음으로 결심하게 되었다.


양약은 뭔가 몸에 안 좋을 것 같고 부담스러웠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안 먹고 운동하기에는 체력적으로나 심적으로 지속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나마 가장 빠르고, 몸도 덜 상할 것 같아 한약 다이어트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때가 아마 94kg 정도였던 것 같다.

(사실 체중은 자주 안재서 기억이 가물하다. 중간중간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출처: Pixabay


한의원에 처음 가면 인바디 검사를 한다.

나는 완벽한 C자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다니던 한의원은 약을 짓고, 주에 2~3회 방문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올 때마다 인바디를 재고, 간단한 기계 관리를 10~20분 정도 받았다.

주로 몸에 뭘 붙이면 진동이 오는 기계였다.

(가물가물하긴 한데, 아마 지방을 분해해 주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한약 다이어트는 처음에 너무 잘빠졌다.

사실 처방받은 한약은 '식욕'을 억제하는 약이다 보니, 자연스레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1달 정도 먹다 보니 동료들과 밥을 먹을 때 절반을 남기게 되었다.

저녁에 먹는 야식도 당연히 안 먹게 되었다.

이때는 약 효과로 뭔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때 내 지출에 식비가 확연히 줄어든 경험을 했다.

식비가 줄어드니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어 사고 싶은 것을 사곤 했다.


1~2달은 잘 빠져서 94kg에서 87kg까지 감량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비만한 몸이었다.


그런데 2달이 지나니 어느 날부터 한약이 역해지기 시작했다.

먹기도 싫고, 토악질 나올 것 같았다.

그리고 음식을 안 먹으니 늘 몸에 힘도 없고, 신경질로 자주 반응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만큼 뺐는데 안 찌겠지, 그냥 먹자!'

나는 살이 안 찌는 게 한약 때문이라는 걸 잊은 채 다시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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