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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다연 May 14. 2024

제11장. 고칼로리 야식의 노예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니 배가 부른데도 먹을 게 또 생각났다.

이건 뭐 음식의 노예도 아니고, 아귀도 아니고...

집에 가만히 생각하다 감정이 혼자 폭발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래서 분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다음날 출근을 위해 분명 1~2시간 후면 자야 하는데, 나는 망설임 없이 배달을 시켜 먹었다.

주로 치킨, 피자, 족발 등 고칼로리 음식이었다.

게다가 한 사람이 먹기엔 과분한 양이었다.


학생 때는 용돈을 받아쓰니 고칼로리 음식을 매번 먹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직장인이 되고, 몇 년 지나니 경제적 여유가 그때보다는 생기게 됐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라면, 과자 등 군것질이 주로 야식으로 당첨되었다.

하지만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치킨, 피자, 족발, 떡볶이, 중식 등 고칼로리 야식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출처: Pixabay


주로 외식을 하다 보니 야채나 과일을 먹는 횟수는 주에 1회면 많은 정도였다.

나는 회사생활 초반, 먹는 즐거움에 나의 모든 것을 맡겼다.

아니, 정확히는 '먹는 것의 노예'가 되었다.


고칼로리 음식을 먹으면, 대부분 과식으로 이어진다.

1인 1 닭 같은 말이 괜히 생겨났겠는가?

치킨이나 피자를 배달해서 먹으면, 다음 날 식어버린 음식을 먹기 싫다는 핑계로 결국 다 먹어버리게 된다.


고칼로리 음식은 양이 많아서 처음에는 배가 불러서 다 먹지 못한다.

그런데 인체의 신비라고 해야 하나...

매 저녁마다 먹다 보니 어느새 치킨 1마리, 피자 1판을 해치울 수 있는 거대한 위를 갖게 되었다.


거기다 그 당시 맥주가 유행이었다.

'혼술'이라는 단어와 함께 치맥, 피맥 등 다양한 음식 조합과 맥주의 합성어가 끊임없이 생겨날 때였다.


그래서 술도 잘 못하는데, 야식과 맥주를 마셨다.

다행히도 술은 몸에 맞지 않아(자꾸 빨개지고, 두드러기가 났다.) 한동안 먹다 말았다.


출처: Pixabay



그렇게 스트레스 관리라는 명목 하에 고칼로리 야식을 거의 매일 먹었다.

아마 내 월급의 50% 이상, 음식이 당당히 주인공 자리를 차지했을 것이다.


저녁에 고칼로리 야식을 먹다 보니 위가 끝없이 늘어났고, 언제나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게 되었다.

아침에는 주로 입맛이 없었지만, 속이 허하고 힘낸다는 핑계로 아침 식사를 '컵라면'으로 먹었다.


그렇다. 어느새 나는 대식가가 되어있었다!

아침엔 컵라면이나 빵 2~3개, 점심에는 외식(예전엔 나오는 음식을 다 먹지 못했는데, 이젠 다 먹게 되었다.), 저녁에는 고칼로리 야식.

삼시 세끼 환상(사실은 환장)의 콜라보로 계속해서 살이 찌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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