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먹기'이다.
사실 먹는 것 자체는 나쁜 행동이 아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필요한 영양분을 반드시 섭취해야 하고, 끼니는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이다.
물론 이 전제는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건강하게 먹기'라는 가정하에서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가득한 상태로 음식을 먹으려 할 때대부분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아... 오늘 스트레스 엄청 받았네. 무례한 소리도 듣고, 기분도 더럽네. 그럼 야채와 미역을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해야지!'
아니, 이보다는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 오늘 스트레스 엄청 받았네. 무례한 소리도 듣고, 기분도 더럽네. 그럼 치킨과 콜라를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해야지!'
대부분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달고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이 땡긴다.
이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런 게 1~2번이면 다행인데, 지속적으로 먹는 것이 문제이다.
매 저녁마다 자극적인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면 문제가 된다.
나는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자극적인 음식 먹기'로 풀었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내 식사 패턴은 이러하다.
아침은 바쁘니까 건너뛰거나 간단히 빵, 김밥 등으로 먹었다.
점심은 동료들과 같이 먹으니 심하게 과식하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저녁'이 문제였다.
퇴근하고 나면 2~4시간 정도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처음에는 저녁 먹고 들어가는 게 습관이 되어 있어, 식사하고 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집에 들어온 다음부터 문제가 되었다.
처음에는 집에서 먹는 습관을 들이지 않다가, 나도 모르게 점점 집에서 먹는 습관이 들게 되었다.
왜 그랬을까?
스트레스에 의한 심리적 요인이 큰 게 원인이라 생각한다.
(물론 스트레스가 모두 회사 탓은 아니지만, 큰 비중을 차지했다.)
참고로 나는 회사를 탓하고자 원인을 되짚는 것이 아니다.
회사는 늘 비슷한데,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마인드와 행동'이 문제였던 것이다.
당시 내 생활의 전부는 '회사'로 돌아갔다.
그래서 집에 혼자 있다 보면, 하루 동안의 일을 찬찬히 곱씹어 보게 되었다.
곱씹는 일은 대부분 부정적인 일이었다.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이렇게 말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 사람은 무슨 의도로 나한테 이렇게 얘기한 거지?' 등등...
후회와 원망으로 시작하다 결국 자책까지 이어졌다.
사람에 대한 원망, 나에 대한 실망감 등으로 내 감정은 범벅되었다.
이렇게 나는 회사생활에서 내 스트레스를 컨트롤하지 못했었다.
스트레스를 푼다는 명목 하에 먹고 또 먹었다.
나는 이때부터 초고도비만 열차의 티켓을 끊고, 탑승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