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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다연 May 05. 2024

제9장. 연기와 스트레스의 상관관계


나는 정말 회사 이야기를 웬만하면 안 하고 싶다.

그때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것도 개인적으로 괴롭다.


물론 지금은 회사에 대한 호의라 해야 되나 애정이라 해야 되나, 아무튼 이런 감정을 적당히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입사 2~3년 차 때의 나는 심하게 열정적으로 회사를 좋아했다.

그때의 나는 능력에 비해 모자란 실력과 함께 맹렬한 인정 욕구가 가득했다.

('맹렬'이란 표현을 쓰고 싶다. 맹렬 만큼 강력하게 욕구를 표현할 단어가 생각이 안 난다.)


비록 괴롭고 힘들지만 그 당시의 나를 떠올려 보도록 하자.

왜냐하면 그때가 걷잡을 수 없이 살이 찐 초고도비만의 시작점이니까.




입사했을 때 나는 열정적이고 (쓸데없는) 의욕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완벽해 보이고 싶었다.(절대 그럴 수가 없는 데 말이다.)

그래서 늘 서글서글 웃고 다니고, 인사도 잘하고, 예의를 갖추려 노력했다.


일에 있어서도 상사가 시키는 대로 했다.

솔직히 일은 잘 맞았고, 괜찮았다.


하지만 회사 생활의 대부분 문제는 일이 아닌 '인간관계'라 하지 않았던가.

지금에서야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다.

아마도 나는 그때 '완벽한 동료'의 모습을 연기하고 있었다.

그래! 딱 '연기'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늘 웃음을 달고 다녔다.

현명한 사람은 곤란한 말에 웃으며 반격하거나 할 말을 했을 텐데...

나는 바보 같이 빙그레(더 심한 말 쓰고 싶지만 참는다.) 웃기만 했다.


그래, 그 '연기'가 문제였다.

늘 웃는 연기, 그러다 보니 타인이 나를 볼 때 어떻겠는가?

내가 우습고 만만하게 보였을 것이다.

(아닐 수도 있는데, 이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 물론 이렇게 노선을 선택한 내 탓이 크다.)


출처: Pixabay



회사에서 연기하면서 제일 상처받은 일화가 생각난다.

하나도 친하지 않은 남자 동료가 있었다.

그 남자 동료는 늘 운동에 관심이 많아서, 사람들과 만났다 하면 운동 이야기만 했다.

그 당시 나와 관심사가 맞질 않아, 사실 대화할 일이 많이 없었다.


우연한 기회로 남자 동료와 말을 몇 번 나누게 되었다.

늘 그렇듯 운동 얘기로 시작해, 운동 얘기로 끝이 났다.

나는 웃으며 가만히 듣기만 했다.


이렇게만 끝나면 다행인데, 남자 동료가 나에게 선을 넘는 말을 했다.

나에게 "xx 씨, 우리 헬스장 와서 살 좀 빼."

(지가 운영하는 헬스장도 아니다. 단순히 지가 다니는 헬스장일 뿐.)

하.. 이 일화가 무려 6~7년 전인데 아직도 짜증이 난다.


그때 당시 몸무게가 아마 80kg 찍기 일보직전이었을 것이다.

나도 내가 체격이 있고, 살이 쪘다는 걸 당연히 인지는 하고 있다.

그런데 직접적으로 들이니 순간적으로 기분이 확 나빴다.


그런데도 나는 바보 같이 그놈의 '연기'를 했다.

어색하게 '하하하..'웃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진짜 무례하고, 지금의 나라면 원펀치 날렸을 테지만..

(왜냐하면 나는 지금 연기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그때의 나는 살찐, 늘 웃으면서 다니는 만만한 사람이었다고 밖에 생각이 안 든다.


그렇다, 나는 회사에서의 연기를 통해 스트레스를 정비례로 쌓아가고 있었다.

이 외에도 일화가 많지만, 이런 식으로 상처가 누적되었다.

상처는 쌓였는데, 분출할 곳은 없었다.

그러니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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