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다연 May 17. 2024

제12장. 초고도비만으로 가는 돼지 파티


어느새 과식은 폭식으로 이어졌다.

음식을 감정적으로 대하는 날이 점점 늘어났다.

나는 음식의 노예가 되어 매일 입이 즐거워하는 음식을 먹었다.


내 몸은 어떻게 되겠는가?

애석하게도 입만 즐거운 만찬은 몸에는 전혀 즐겁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제 다 포기하고, 한동안 체중도 재지 않았다.

옷이 끼고, 몸이 무겁긴 했지만 무시했다.

체중계에 올라가기가 단두대에 서는 것처럼 무서웠다.


매일 미친 사람처럼 계속 먹고, 먹고, 또 먹었다.

그 결과, 빠른 속도로 살이 쪘다.





주로 저녁에 폭식을 하다 보니 소화시키지 못하고 잠들기 일쑤였다.

고칼로리 음식을 혼자 먹다 보니, 많이 빠르게 먹는 습관이 생겼다.

나도 모르는 사이 그 많은 양의 음식 먹는 데 15분을 넘기는 법이 없었다.


평일엔 그나마 움직이기라도 했지만, 주말이 제일 문제였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는 완전 나만의 돼지 파티였다.


금요일 저녁, 불금이라는 핑계로 기름진 음식을 먹었다.

주 메뉴는 치킨이었다.

치킨 1마리를 거뜬히 먹을 수 있는 위장을 가진 나는 그 순간에는 즐겁게 먹었다.


당연히 먹고 나서는 바로 누워서 폰을 했다.

주로 영상 시청이나 로맨스 소설 읽기 등 몇 시간을 허비했다.

나는 어느새 현실과는 동떨어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



출처: Pixabay



그렇게 금요일에 폭식하고, 토요일에 일어나면 속이 더부룩했다.

생활 패턴도 망가져 주말에는 거의 낮 12시가 다 돼서 하루를 시작했다.


일어나면 청소를 하고, 밀린 집안일을 했다.

일어난 지 1시간 정도 지나면 또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분명 일어났을 때는 속이 안 좋아서 안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늘어나버린 내 위는 시도 때도 없이 배가 고팠다.


주말 점심은 주로 라면으로 먹었다.

하지만 점심도 과식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 라면을 점심식사로 정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젠 라면 2개는 기본이고, 거기다 밥까지 말아먹었다.


여기서 멈추면 다행인데, 후식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었다.

주로 아이스크림, 과자 등 군것질 류에 손이 갔다.


출처: Pixabay



그렇게 먹으면 또 잠이 쏟아졌다.

(당연하다, 내 몸의 에너지는 생산적인 일이 아닌 소화에 몰빵해 버렸으니.)

그렇게 주말에는 속이 꽉 찬 채로 낮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면 밤 8~9시쯤 됐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배고프니까 또 야식(늦은 저녁이라는 핑계)을 시켜 먹었다.


이렇게 주말에는 수면과 식사 패턴이 완전히 망가지게 되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내 심리는 주말이니 즐기자라는 생각으로 또 먹고 먹었다.


그래서 월요일만 되면 몸이 천근만근에 얼굴과 몸이 퉁퉁 부어서 출근했다.

나의 월요병은 다른 사람보다 훨씬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이 패턴을 거의 4년 정도 반복했다.

가족이나 친구가 말려도 그때의 나를 막을 순 없었다.

나는 그렇게 점점 무섭게 살이 찌고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